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논란
“이용료 내는데 망사업자 책임도 전가”네이버 등 국내 콘텐츠사업자들 불만
불합리한 계약인지 판단할 정보 부족
넷플릭스 등 해외업체엔 구속력 없어
통신사도 애매한 문구에 실효성 의문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는 지난달 19일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CP들은 “얌체 같은 넷플릭스 잡으려다 네이버만 잡겠다”며 “망 이용계약이 아니라 ‘망삘’ 이용계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이드라인에는 트래픽 사용이 확 늘면 CP가 직접 국내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국내 CP 관계자는 “용량에 기반한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사용하는 고객에게 망 사업자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쉽게 말해 서비스 이용료를 받으면서 고객에게 모니터링 관리까지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깜깜이’ 정보도 문제다. 가이드라인에는 ‘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ISP와의 계약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하려면 분석할 대상이 필요한데 다른 CP의 계약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국내 CP들이 “내용을 몰라도 군말 없이 ISP 제안을 따르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도 없다. 의무가 아닌 권고사안일 뿐이다. 현재도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현행법상 국내 통신사에 지불해야 하는 ‘통행료’를 일부만 내거나 아예 안 낸다. 소비자들이 구글이나 넷플릭스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ISP들은 ‘고속도로’를 막을 수도 없다. 반면 해외 CP와 달리 국내 CP는 괜히 방통위에 ‘미운털’이 박힐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밖에 없다.
ISP 업계의 반발도 심하다.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5일 공청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 제정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한 ISP 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설익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체면치레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12-0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