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는 ‘벤츠 고객’, 문제 터지면 ‘딜러사 고객’

살 때는 ‘벤츠 고객’, 문제 터지면 ‘딜러사 고객’

입력 2013-06-23 00:00
업데이트 2013-06-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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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해 당한 고객 두고 ‘책임 떠넘기기’만 급급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점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을 통해 차량을 계약했다가 영업사원이 잠적했지만 딜러점과 벤츠코리아가 모두 책임을 부인해 계약금만 날릴 위기에 처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수입차 유통·판매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돼 누구라도 똑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차량을 새로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 블루이피션시 EL 모델을 점찍었다.

그는 벤츠코리아 홈페이지에서 공식 딜러점을 확인하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강서목동 전시장(KCC오토)의 영업사원 B씨를 통해 차를 사기로 했다. B씨는 6천940만원짜리 차량을 440만원 할인된 6천500만원에 팔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지난 7일 B씨를 만나 계약서를 쓰고 8일 계약금 100만원을 보냈다. 이어 해당 차량을 구입하려고 대기 중인 고객이 많아 추가 입금이 필요하다는 B씨의 말에 따라 11일 500만원을 추가 송금해 총 600만원을 보냈다.

돈을 보낼 때 분명 수취인이 ‘KCC오토’인 것을 확인했고 B씨는 강서목동 전시장 홈페이지 대문 화면에 ‘우수사원’으로까지 내걸려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러나 이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지점에 확인한 결과 B씨가 개인 사정으로 퇴사했고 돈을 보낸 계좌는 지점의 공식 계좌가 아니라 B씨가 개인사업자 등록증으로 개설한 가짜 계좌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점은 “B씨가 친 사고가 한두건이 아니다”면서 문제를 인정했지만 해결책에 대해서는 “우리는 계약금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B씨를 고소하라”고만 답했다.

벤츠코리아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니 판매처와 직접 해결하라”고 선을 그었다.

벤츠 간판을 내건 공식 딜러점이 우수사원으로 추천하는 영업사원과 계약을 진행했다가 차량은 커녕 돈만 날릴 위기에 처한 A씨는 황당할 따름이다.

”저는 ‘벤츠’라는 브랜드를 믿고 계약했는데 딜러점이나 본사나 미안하다는 한마디 없이 개인 문제니까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입니다. 문제가 된 영업사원을 고용한 책임, 딜리점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도 고객이 져야 하는 겁니까?”

차량 제작사가 판매까지 책임지는 국산 완성차와 달리 수입차는 본사가 별도 법인인 소매상(딜러사)과 계약을 맺고 차량을 도매로 넘긴 뒤 딜러사가 개인 고객에게 되파는 시스템이라 이 같은 문제가 터질 경우 본사에 공식적인 책임이 없다.

그러나 수입차 판매 구조에 익숙지 않는 국내 고객들이 본사 브랜드를 보고 구매에 나서는 점을 감안할 때 도의적인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지점 전시장의 한 관계자는 “소속 영업사원이 고객들과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는 지는 확인 중”이라고 했다가 “딱히 (해결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 고객이 직접 고소할 부분”이라고 말을 바꿨다.

KCC오토 이승희 영업총괄 상무는 “문제가 생긴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안 됐다”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벤츠코리아는 해당 딜러점을 통해 사태를 파악 중이지만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한 주체는 딜러사인 만큼 본사가 나서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23일 “소비자는 KCC오토가 아니라 벤츠로부터 차를 사는 것”이라면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본사가 딜러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제도 보완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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