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바람…자동차 ‘체급’ 분류법 흔든다

다운사이징 바람…자동차 ‘체급’ 분류법 흔든다

입력 2013-06-26 00:00
업데이트 2013-06-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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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소형화·고효율화한 차 출시 이어져

자동차업계에 엔진 다운사이징(소형화) 바람이 불면서 배기량에 따른 차의 ‘체급 분류법’ 공식이 깨지고 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런 전통적 차의 ‘체급 분류’ 파괴 사례는 최근 출시된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TCE 모델이다.

차의 덩치나 출력 등은 모두 중형차 수준이고, 제조사도 중형 세단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이 차의 배기량은 1천618㏄다.

배기량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이면서도 출력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외려 더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차는 국내 법규상으로도 중형차다. 자동차관리법은 승용차를 규모에 따라 ‘네 체급’으로 나누는데 ‘중형’의 경우 ‘배기량 1천600㏄ 이상∼2천㏄ 미만’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SM5 TCE는 턱걸이를 해 이 기준을 넘긴 셈이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이보다 작으면 소형, 크면 대형이다. 물론 자동차관리법은 배기량 외에 차의 크기까지 감안해 차의 등급을 나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통념은 조금 다르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마케팅 결과 1천600㏄는 ‘준중형급’으로 보통 인식된다. 법률상 존재하지 않지만, 소형차와 중형차의 중간급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SM5 TCE의 마케팅·판매에서도 이런 통념이 걸림돌이 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1천600㏄ 엔진이면 힘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실제 시승을 해본 고객들은 거의 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이 ‘숫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시승 이벤트에 주력하고 있다. 성능을 체감하도록 해 편견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 덕에 SM5 TCE는 상당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운사이징 바람으로 인해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는 전통적인 차의 체급 분류 체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물론 자동차제조사들이 SM5 TCE처럼 미세한 배기량 수치 조정으로 기준을 충족시켜 아직은 법 체계를 넘어서지 않고 있지만 기술 발전으로 다운사이징이 가속화할수록 이 체계는 흔들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운사이징으로 인해 차종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는 아직 못 봤다”며 “차종 분류는 나라마다 사정에 맞춰 각기 달리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운사이징은 차체 경량화나 변속기 효율 개선 등도 포괄하지만 주로는 엔진의 고효율화를 가리킨다. 특히 연료직분사(GDi)와 터보차저 기술이 핵심을 이룬다.

연료직분사는 실린더 내부에 직접 연료를 분사해 실린더 밖에서 이뤄지던 연료와 공기의 혼합이 실린더 안에서 이뤄지도록 한 기술이다. 연료 양을 좀 더 정밀하게 제어해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터보차저는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새롭게 흡입되는 공기를 강제로 압축시킨 후 이를 엔진 연소실로 보내 더 많은 연료가 연소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엔진의 힘을 끌어올리는 핵심기술이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2011년 기존의 쏘나타 2.4(201마력·25.5토크)를 터보 GDI 기술을 적용한 2.0 엔진으로 바꿔 쏘나타 2.0 터보 GDI(271마력·37.2토크)로 배기량을 줄인 다운사이징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같은 해 기아자동차의 K7 2.7 모델은 2.4 GDI로, 3.5모델은 3.3 GDI로 다운사이징이 이뤄졌다.

사실 다운사이징은 해외 자동차업계가 선도했다. 폴크스바겐이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때 종전의 1천600㏄ 엔진과 2천㏄ 엔진을 1천400㏄ TSI 엔진으로 갈아치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 자리를 지키던 BMW의 528i 모델도 3천㏄였던 엔진이 2011년 12월 2천㏄ 엔진으로 교체되며 다운사이징 대열에 합류했다.

BMW는 엔진 배기량을 33% 줄이면서도 마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최대토크는 13% 높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도 0.4초 줄여 6.3초로 앞당겼다.

국내 배기량 기준만 놓고 보면 대형차에서 중형차로 쪼그라든 셈이다. 그러나 BMW 관계자는 “배기량을 줄인 데 따른 성능 저하 우려가 소비자 사이에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출시 전에 있었지만 정작 출시 후엔 특별히 판매량이 줄거나 소비자들의 저항이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5월 국내 출시된 포드의 프리미엄 세단인 올 뉴 링컨 MKZ도 종전 3천500㏄였던 엔진이 2천㏄로 무려 43%나 작아졌지만 성능은 외려 향상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차량 크기만으로 차 종류를 분류한다”며 “이에 따라 똑같은 크기에도 다양한 배기량을 가진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이 가속화할수록 전통적인 차의 체급 분류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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