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상승, 누가 이끄나…실수요자가 매매 주도

아파트값 상승, 누가 이끄나…실수요자가 매매 주도

입력 2013-10-13 00:00
업데이트 2013-10-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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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자녀 위한 매입·평수 확장 수요 등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수도권 집값이 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등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최근 약하게나마 훈풍이 불고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의 광풍을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일으켰다면 최근 시장에 불고 있는 미풍은 실수요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과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주도하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들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옮겨진 분위기다.

과거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룸에 따라 돈을 굴릴 궁리를 하는 투자자들은 아파트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반면 실제 거주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요즘 상담을 의뢰하는 고객 대부분이 실수요자”라며 “4·1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가 ‘반짝’ 살아났던 봄철에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면 현재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실수요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고객의 다수가 정부가 내놓은 1%대 저리 모기지 등을 이용해 집을 구입하려는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이고, 나머지는 결혼을 앞둔 자녀나 서울에 유학온 자녀에게 집을 마련해 주려는 중·노년의 부모, 평형을 넓혀 이사가려는 실수요자들이라고 전했다.

안 팀장은 “올해 상반기 주택 구입자의 44%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였다”며 “하반기에는 이 비율이 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 역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시대는 막을 내린 것 같다”며 “큰돈을 가진 재력가들은 투자처로 상가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거래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전세난으로 인해 주거할 집을 구하지 못한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들은 아파트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며 중소형 위주로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서울 강남 등지의 중대형 고가 아파트들도 최근 들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며 매수세가 붙을 조짐이 일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 거래를 중개하는 부동산 관계자들도 최근 이뤄진 매매 계약 대다수가 실수요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현대공인중개사 안미희 대표는 “전세가가 급등한 데다 그나마 매물이 아예 없다보니 전세금에 돈을 조금 더 보태 중소형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20여채에 달했던 이 지역 24평 아파트 매물이 8·28 대책 전후로 싹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전셋집 구하기에 지친 무주택자 외에 평수를 넓혀 이사가려는 ‘갈아타기’ 수요자들도 아파트 매입에 가세하며 최근 들어서는 중대형 아파트도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중대형 아파트의 가치 폭락으로 중소형과의 가격 격차가 좁혀진 덕분에 중소형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다만 이 지역 주택 매입자 가운데엔 저리 대출 등 정부 제공 혜택이 주어지는 생애최초구입자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며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부부 합산 연봉이 6천만∼7천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실제로 집을 사는 사람은 합산 연봉이 이보다 훨씬 높은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실수요자가 대세인 시장이지만 서울에 비해 집값은 훨씬 저렴하면서 전세가율은 높은 수도권 외곽에서는 투자 수요도 일부 존재한다. 전세를 끼고 살 경우 불과 몇 천만원만 가지고도 집을 구입할 수 있어 수도권에 집을 하나 마련하려는 지방 투자자들의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양 행신에 위치한 소형 아파트를 1억7천700만원에 매각한 서울 거주자 이모(39·회사원)씨는 “지방 거주자에게 집을 팔았다”며 “적은 돈을 가지고 수도권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 투자자들이 요즘 수도권 외곽 아파트에 많이 몰린다고 (부동산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1년 반 전에 1억3천만원에 전세를 내준 이 아파트는 현재 전세 시세가 최고 1억6천만원에 달해 전세를 끼고 살 경우 불과 2천만원 이하의 돈을 가지고도 매입이 가능하다.

한편, 8·28 대책이 나온 후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긴 하지만 취득세 영구 인하 등의 국회 입법 처리가 지연되며 최근에는 거래 둔화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월드공인 관계자는 “추석 이전만 하더라도 간간이 거래가 됐는데 10월 들어서는 거래는 물론 문의도 아예 끊겼다”며 “국회에서 부동산 법안들을 빨리 통과시키지 않으면 ‘거래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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