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재택 근무 지속·중단 ‘딜레마’
임산부·돌봄 직원 빼고 현장출근 시작구성원 안전 등 거리두기 확대 업체도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삼성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구미사업장은 오는 30일부터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들의 출근이 시작된다. 그간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대구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임직원은 재택근무를 해 왔다. LG전자도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구미사업장 임직원은 재택근무를 했지만 최근 임산부와 자녀 돌봄이 필요한 직원들을 제외하고 필수 인력을 중심으로 현장 출근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자율 재택근무를 23일부터 중단했다. 유럽과 미국 공장에 이어 인도 공장까지 줄줄이 셧다운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서다. 대신 출근 시간의 범위를 기존 오전 8~10시에서 오전 8시~오후 1시로 넓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돼 있던 필수근무시간을 없앴다. 유연근무제를 더욱 탄력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때부터 운영해 온 종합상황실도 변함없이 가동 중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중단한다고 해서 정부의 방침을 어기거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내버려 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성원 안전 및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포털·게임·통신 등 재택근무가 비교적 쉬운 기업들은 대부분 재택근무 기조를 이어 갈 예정이다. 네이버와 넥슨, NHN, 넷마블은 오는 27일까지 재택근무를 계속하기로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기한 없이 원격근무 체제에 돌입한 카카오도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재택근무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SK텔레콤도 오는 31일까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임직원의 재택근무를 이어 가기로 했다. KT는 지난달 25일부터 실시해 온 팀별·부서별로 절반의 인원만 회사에 출근하는 ‘순환 재택근무 방침’을 지난 20일부터는 인원수에 제한을 안 두는 ‘자율적 재택근무’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팀별·부서별 자율적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LG유플러스도 현재 방침을 유지한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운항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빼고 재택근무를 시행한 제주항공은 모든 사무실 근무자의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업무방식도 바꿔 대표 보고도 전화나 문자메시지, 화상회의로 한다. 구내식당 등 사내 편의시설도 영업을 중단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들도 임산부나 자녀 돌봄이 필요한 직원,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격일제나 선별적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CJ그룹도 대부분 계열사에서 사업 및 업무 특성에 맞게 최소 50%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원격시스템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단계라 화상회의는 버벅거리고, 메일을 통한 업무보고는 속도가 떨어지는 등 기업 업무 효율 저하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며 “경기 위축에 실적 악화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라 재택근무를 더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백민경 기자 oh3@seoul.co.kr
2020-03-24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