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용 대체육? 콩고기 그 이상의 푸드!

채식주의자용 대체육? 콩고기 그 이상의 푸드!

심현희 기자
입력 2020-05-19 17:30
업데이트 2020-05-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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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건시장의 오늘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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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빈트가 개발 중인 비건고기로 만든 한식 도시락. 제육볶음 맛이 나는 비건 고기, 닭강정 타입의 비건 고기 튀김, 진미채 타입의 비건 고기, 장조림 타입의 비건 고기 조림, 비건 고기가 들어간 짜장소스, 비건 패티와 비건 마요네즈로 만든 버거, 콩 파스타로 이뤄져 있다.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더빈트가 개발 중인 비건고기로 만든 한식 도시락. 제육볶음 맛이 나는 비건 고기, 닭강정 타입의 비건 고기 튀김, 진미채 타입의 비건 고기, 장조림 타입의 비건 고기 조림, 비건 고기가 들어간 짜장소스, 비건 패티와 비건 마요네즈로 만든 버거, 콩 파스타로 이뤄져 있다.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기업의 가치는 보통 매출과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으로 매겨진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밸류’가 결정되며 투자자들의 돈도 이 밸류를 기준으로 쏠린다. 그런데 최근 국내 ‘비건 고기’(대체육) 비즈니스에선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국내 비건 시장이 극초기 단계여서 관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최근 식품업계에서 돈은 비건 시장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개발한 비건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는 올 초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셰프를 중심으로 대체육을 생산하는 디보션푸드도 최근 2년간 50곳 이상의 투자 유치를 올렸다. 2017년 설립된 업계 선두주자 ‘더빈트’는 지난해 아예 국내 한 대기업에 인수됐다. 동원, SPC, 롯데 등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비건 고기 사업에 차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오랫동안 ‘콩고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대체육은 왜 하필 지금 각광을 받는 것일까. 가능성만으로 이 시장을 낙관할 수 있는 것일까.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의 ‘더빈트’ 사무실에서 비건 고기를 개발한 양한주 연구소장과 식품·외식업체를 운영하는 4인이 모여 ‘비건 도시락’을 먹는 자리에 함께했다.

-경제 위기 속에도 ‘비건 비즈니스’ 관련 투자는 업계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솔직히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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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수(37) : 농업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업종이라고 생각하는 사업가.농업 빅데이터 전문기업 팜에어를 운영 중.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권민수(37) : 농업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업종이라고 생각하는 사업가.농업 빅데이터 전문기업 팜에어를 운영 중.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권민수 록야 대표 비건 시장, 특히 대체육은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이다. 물론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가 약 2조원에 불과하고 국내는 아직 시장 규모도 산출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크기 대비 최근의 투자 흐름을 보면 고평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가능성이 아주 큰 몇 안 되는 비즈니스인 것은 맞다고 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홍콩 부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등 ‘거부’들이 왜 앞다퉈 비건 시장 투자에 뛰어들었겠나.
안태양(35) : 김치 유산균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K푸드 문화를 만드는 푸드테크 회사 푸드컬처랩 창업자.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안태양(35) : 김치 유산균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K푸드 문화를 만드는 푸드테크 회사 푸드컬처랩 창업자.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안태양 푸드컬처랩 대표 저평가,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비건 시장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소비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소비할 때 선택지 하나가 더 늘어난 것이다. 비건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결국 환경 친화적인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비건 제품을 잘 만들고 선점하는 가가 중요하다.

-국내에선 언제부터 비건 고기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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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주(48) : 비건고기 업체 ‘더빈트’ 미래식품기술연구소장.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양한주(48) : 비건고기 업체 ‘더빈트’ 미래식품기술연구소장.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양한주 연구소장 처음 창업했을때(2017년)만 해도 주변에서 비건 고기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미국은 비건 고기를 개발하는 임파서블, 비욘드미트 등 ‘푸드 테크’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이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성장했지만 국내에서 비건 고기 인지도는 ‘채식주의자 음식’에 불과했고 대중적으론 알려지지 않았었다. 지난해 동원F&B에서 비건 버거 패티인 ‘비욘드미트’를 독점 수입하면서 한국에서도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가끔 건강하게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비건 제품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처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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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45) : ‘내가 먹는 것이 내 자신이다’. 동물복지고기로 첨가물 없는 건강한 베이컨을 만드는 사실주의베이컨 대표.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남윤서(45) : ‘내가 먹는 것이 내 자신이다’. 동물복지고기로 첨가물 없는 건강한 베이컨을 만드는 사실주의베이컨 대표.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남윤서 사실주의베이컨 대표 우리 매장을 찾는 손님은 당연히 육식을 하는 사람들인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건 제품’이 없냐고 문의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기존에는 설탕이나 아질산나트륨 등의 첨가물을 뺀 ‘건강한 고기’를 원하는 분들이 주고객층이었는데 이들이 확실히 비건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비건 소시지’ 제품 개발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비건 시장은 예전의 콩고기 시장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안 대표 ‘타깃’이 다르다. 글로벌 푸드업계에선 비건 제품을 예전의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 버거의 비건 패티는 평소 맥도날드 햄버거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가끔 건강을 생각하면서 구매하는 빈도수가 순수 비건 소비자들의 구매보다 많다. 기술력도 발전했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 임파서블 버거를 실제로 미국에서 먹어 봤는데 진짜 고기처럼 육즙이 흘러서 깜짝 놀랐다. 앞으로 모든 비건 제품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될 것이다.

양 소장 우리가 제육볶음맛이 나는 비건 고기, 비건 진미채, 비건 짜장소스, 닭강정 맛이 나는 비건 고기 튀김 등 ‘한식 베이스’의 비건 식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식으로서의 비건’이 시장성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국내에 들어온 버거 패티 등 외국 비건 제품은 한국 소비자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고, 비건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번거롭다. 우리의 목표는 일상에서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최적화된 원물을 공급하고 이를 가공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맛이 있어야 팔리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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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40) : 수제맥주 양조장 플레이그라운드 창업자 겸 양조사. 비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에 비건맥주와 페어링을 할 비건식자재를 검토 중.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김재현(40) : 수제맥주 양조장 플레이그라운드 창업자 겸 양조사. 비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에 비건맥주와 페어링을 할 비건식자재를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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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이사 ‘비건 음식’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을 보면, 그들은 비건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비건 음식의 완성도에 그리 까다롭지는 않다. 하지만 “비건 음식 한번 먹어볼까” 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비건 제품의 맛에 굉장히 예민하다. 고기 맛에 최대한 가까운 비건 고기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비건 고기 고유의 개성과 식감을 살린 전혀 다른 음식을 만들 것인가는 고민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비건 제품들을 시식해 보니 비건고기 민쯔가 들어간 짜장소스가 가장 만족스럽고 당장 시판을 해도 잘 팔릴 것 같다.

남 대표 대체육이라는 단어가 문제다. 고기를 대신하는 음식이라 어떻게든 소비자들은 고기 맛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고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맛이 나도 매력이 있는 식감과 향이 난다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건 음식의 맛이 중요해지면서 앞으로 이 분야에 셰프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나는 비건 고기를 염지, 훈연해서 베이컨처럼 가공해 팔아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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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빈트 관계자들과 식품,외식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더빈트 사무실에서 비건 도시락을 먹으며 국내 비건 비즈니스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푸드컬처랩 제공
더빈트 관계자들과 식품,외식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더빈트 사무실에서 비건 도시락을 먹으며 국내 비건 비즈니스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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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기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인 미래인가.

남 대표 고기를 가공한 베이컨을 만들어 팔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은 대가가 컸다고 생각한다. 이왕 고기를 먹을 거면 바르게 자란 ‘좋은 고기’를 전보다 소량 먹어야 하고, 일상에서 비건을 시도해 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양 소장 지금 미국은 육류가 부족해서 젖소까지 먹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육류를 더이상 예전처럼 먹을 수 없다는 현실을 모두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흔히 유전자 조작은 식물을 대상으로만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물에게 더 많다. 생명을 공장에서 찍어내 표준화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정답은 아니지만 필수 선택지 중에 하나인 것은 맞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20-05-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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