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대한항공 항공기들
서울신문 DB
경영난 극복을 위해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습니다. 발행 주식 7936만 5079주 가운데 7725만 8049주(97.35%)를 청약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는데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대한항공의 우울한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전체 주식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 물량이 1587만 3015주(20%)였으나 직원들이 실제로 청약한 물량은 1091만 75주(68.7%)에 그쳤습니다. 부족분은 지주사 한진칼이 대규모 초과 청약을 걸어서 메웠답니다.
대한항공을 둘러싼 냉정한 현실이 느껴지죠. 직원들조차 회사가 어마어마한 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대한항공의 주식은 매력적이지 않은 거죠. 대한항공의 위기를 보여 주는 지표들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지난 1분기 -54.72%를 기록했습니다. 대한항공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야 하는 임원이나 관리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청약을 건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매’하지도 않는데 굳이 일반 직원들이 사비까지 털어서 매수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SK바이오팜이 주식시장에 본격 데뷔한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SK바이오팜 코스피 상장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SK바이오팜은 상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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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 실권’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 대한항공과 SK바이오팜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은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씁쓸한 단면이라는 해석입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언제 회생할지 모르는 항공산업의 우울한 분위기와 앞날이 창창한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드러난 하나의 사건이었던 거죠. 대한항공은 코로나 이전 최근까지도 ‘대학생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꼽을 때 늘 상위 10곳에 들었던 곳입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기업이었다는 건데요. 코로나가 걷히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입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