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래 발자국/임영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래 발자국/임영석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01: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고래 발자국/임영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고래들의 발자국을 보고 싶다

고래가 발을 버리고 왜 지느러미를 갖게 되었는지

무슨 아픔이 있어 바다로 몸을 숨겼는지

발자국을 보면 그 의문이 풀릴 것만 같다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 고래들의 발자국을

고고학자들은 왜 아무도 찾지 않을까

바닷속 어딘가는 두 발로 혹은 네 발로 걷던

발자국 무덤들이 가득히 있을 것인데

수천 년 동안 고래 발자국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역사(歷史)를 발로 쓰고 다닐 때

고래들은 천리 밖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바닷속 가득 풀어놓고 낙엽처럼 밟고 다녔을 것이다

그 발자국 따라 오늘도 새우떼를 쫓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2010-06-12 26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