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녀들을 지키기 위한 부모들의 전쟁/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시론] 자녀들을 지키기 위한 부모들의 전쟁/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입력 2011-05-13 00:00
수정 2011-05-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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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 체인점인 월마트가 8~12세 여자 어린이들만을 위한 화장품 코너를 미국에 신설하면서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의류업체 중 하나인 애버크롬비 앤드 피치(Abercrombie & Fitch)는 7~8세 여자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패드를 집어넣은 비키니를 판매하고 있어 부모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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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내 어린이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제품의 시장 규모는 약 17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기업들은 부모들의 감시를 피해 다양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에게 접근하여 상품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매체가 바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이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은 어린이들이 광고에 노출될 기회를 점차 증가시키고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이나 영상 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도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부모들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어린이들에게 상품에 대한 광고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은 현란한 영상과 자극적인 카피로 무장한 광고를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붓고 있는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전달되는 이런 광고들은 그들에게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자 어린이들을 주 타깃으로 한 디즈니 프린세스 광고는 그들에게 외모와 패션 그리고 섹시함에 초점을 맞추도록 부추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많은 다른 광고들도 현재 모습이 남자 어린이들의 관심을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외모가 남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통해 자신을 찾도록 잘못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외모 지상주의 광고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8~9세 어린이들이 거식증을 앓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빅터 스트라스버거 교수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가 어린이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미지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7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어려서부터 선정적인 영상이나 이미지에 많이 노출된 어린이들의 경우 그러지 않은 어린이들에 비해 성관계를 갖는 시기가 두배 이상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사용이 때때로 자녀들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연구결과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미지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미디어 이용시간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세서미 워크숍’의 조사에 따르면, 유치원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약 32시간을 미디어를 이용하는 데 보내고 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앞으로 더 많은 미디어 플랫폼들이 새롭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제 뉴미디어 시대는 피할 수 없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뉴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제공하는 긍정적인 요소들도 많다.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들을 미디어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에 올바른 미디어 소비와 이용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마련해 어려서부터 어린이들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뉴미디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2011-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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