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잉락 친나왓의 운명/김종면 논설위원

[씨줄날줄] 잉락 친나왓의 운명/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1-07-05 00:00
업데이트 2011-07-0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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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일종의 국가다. 국가는 하나의 기업이다. 둘은 같다.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62)은 그런 소신대로 나라를 경영한 정치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러니 국가와 자신의 사업을 혼동했다. 돈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다시 돈을 벌어들인 위험한 재벌정치가. 하지만 빈민과 농민층에겐 소외받는 대중을 일으켜준 영웅으로 통했다. 엘리트 경찰에서 동남아 최고의 통신재벌로, 총리에서 마침내 극좌 혁명가가 되기까지 극적인 삶을 산 그를 빼고 태국의 정치를 말하긴 어렵다. 태국의 현재 모순과 미래의 전망이 그의 한몸에 응축돼 있다.

‘탁신의 제국’ 태국에서 지금 거대한 정치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제 치러진 총선거에서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제1야당 푸어타이당이 승리,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가 남긴 부(負)의 유산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외신에선 잉락에게 온갖 달갑잖은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탁신의 트로이 목마’ ‘탁신의 아바타’ ‘태국의 에바 페론’…. 이쯤 되면 ‘남매 총리’ 기록을 세운 잉락에겐 반면교사도 정면교사도 탁신일 수밖에 없다. 잉락은 과연 탁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제2의 에바 페론 운운하는 불명예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심각한 경제난에도 모든 농민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는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으니 뒷수습이 문제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은 ‘포퓰리즘의 대명사’였다. 잉락이 에바의 길을 가느냐 않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에바와 잉락의 포퓰리즘은 뿌리가 다르다. 그런 만큼 전개 양상 또한 다를 수 있다. 가난한 농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에바의 포퓰리즘이 한맺힌 핏빛 포퓰리즘이라면, 유복한 가정의 유학파 잉락의 그것은 단순한 선거용 장밋빛 포퓰리즘일지 모른다.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래 18차례나 군부에서 들고 일어난 ‘ 쿠데타의 나라’. 어렵사리 점화된 민주화의 기운이 또다시 압사당해선 안 된다. 태국의 민주주의가 홍등가에 넘실대는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허황한 것이란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탁시노믹스’(탁신경제) 향수 속에 봇물을 이룬 태국판 포퓰리즘을 보는 우리의 소회는 착잡하다. 포퓰리즘 망국론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아닌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니다. 우리 얘기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07-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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