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마을 만들기’에 성공하려면/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마을 만들기’에 성공하려면/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입력 2011-10-25 00:00
수정 2011-10-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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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낡은 마을을 새롭게 바꾸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마을 만들기이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위로부터의 마을 만들기라면, 이번의 것은 아래로부터의 마을 만들기다. 과연 이 마을 만들기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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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다양한 성공사례에서 우리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을 만들기의 4주체 즉, 주민과 기업, 행정, 전문가 사이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첫째, 무엇보다 주민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민의 참여 없이는 마을 만들기는 성공하기 어렵다. 주민이 없는 행정과 기업, 전문가만의 마을 만들기는 시설사업 혹은 전시사업의 관행적 추진으로 끝날 우려가 크다. 이런 주민 참여의 과제는 학습과 조직화이다. 끊임없이 상호학습을 하고 이를 통해 주민조직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진행되기 어렵다.

둘째,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기업은 일반적인 기업들도 있겠지만, 마을에 연고를 둔 상인·자영업자 등을 포함한다. 마을 만들기의 궁극적인 목표가 주민 삶의 질 제고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마을경제를 활성화하는 핵심주체는 바로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요 과제는 기업활동이 공익적 측면과 수익의 측면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사회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활동, 메세나 활동, 고용 활성화 등의 사회성을 지향할 때 가장 이상적인 참여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행정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마을 만들기를 위해 행정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건 행정의 역할이 어디까지냐 하는 것이다. 행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적절한 거리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유도하는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당장 필요하다고 해서 예산과 인력 지원을 전적으로 감당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 것인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주민과 행정 사이의 거리 조절은 바로 마을 만들기의 또 다른 성공요건이다.

여기에서 과제는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과도한 욕구와 행정의 경직된 시스템을 담당자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일은 제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담당자들이 지혜롭고 부지런히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욕구를 적절히 조정하고 중재하는 전문가의 역할은 윤활유와 같은 것이다. 주민과 행정, 주민과 기업이 바로 부딪치면 파열음이 나기 쉽다. 이때 다양한 경험을 가진 활동가나 전문가 및 전문단체의 역할은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과제는 과연 우리 마을에서 숙달되고, 현장에서 단련된 마을 만들기 전문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과제는 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국가에서 도시로 발전 축이 옮겨왔듯이 이제 도시에서 마을로 발전 축이 이동하고 있다. 국가의 힘은 도시와 마을의 경쟁력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을 만들기의 4주체가 얼마만큼 다양하고 건강하게 관계를 맺느냐가 결국 마을 만들기 성공의 관건이다.

2011-10-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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