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류, 무한대로 진화하다/박재석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장

[시론] 한류, 무한대로 진화하다/박재석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장

입력 2011-11-22 00:00
수정 2011-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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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석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장
박재석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장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의 ‘르 제니스’ 공연장에서 개최된 K팝 콘서트에 대한 폭발적인 성원과 K팝 프랑스 팬 54명의 단체 방한을 계기로 프랑스 내 한류 열풍이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류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 한정된 것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변화의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다.

바야흐로 한류가 아시아를 뛰어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이렇게 빨리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은 K팝의 우수성은 물론, 최근 급속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덕이다. 공간적, 시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K팝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유통시키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인 ‘렉스프레스’에 의하면 10대 및 20대 청소년이 주를 이루는 프랑스 한류 팬의 규모는 어림잡아 1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K팝이 아시아를 뛰어넘었듯이, 이제 프랑스 팬들도 K팝을 뛰어넘어 보다 깊이 한국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어떤 계층보다도 저 멀리 극동에 있는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한국 방문은 K팝 본고장으로의 성지 순례나 다름없다.

내년에는 프랑스 한류 팬 1000명을 비롯해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의 한류 팬 2000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한국을 방문한 유럽의 관광객들은 대부분 한국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 개별관광객이었다. 반면, 이처럼 젊은 관광객들이, 그것도 단체로 대거 방한한다는 것은 한국 관광이 유럽에서도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는 청신호이다. 또한 저 멀리 남미의 곳곳에서도 K팝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한국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까지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세계가 한국의 관광시장화되는 것 같아 벅찰 뿐이다.

한류 팬이 프랑스 전역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프랑스에서 이만큼의 열렬한 반응이 나타나 그 결과가 방한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세계 유수의 관광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에서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는 아는 사람은 모두가 인정한다. 더구나 이제 시작이 아닌가.

한류의 효과는 비단 관광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K팝 열기를 타고 최근 우리 기업 제품에 대한 관심 및 브랜드 인지도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미 민간 기업은 한류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문화 한류’에서 시작된 K팝 열풍이 ‘관광 한류’를 넘어서 ‘경제 한류’까지 가능케 해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확장 수순과 범위를 보면 그리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와 같이 전개된 한류의 타 분야로의 확장 못지않게, 타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일례로,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8000만명가량인 점에 착안하여, 태권도 몸동작을 K팝 댄스에 응용시킴으로써 해외의 태권도 수련생들로 하여금 K팝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는 K팝 인구의 저변을 크게 확충시킬 뿐만 아니라 태권도 성지를 찾아 방한하는 해외 수련생들에게 한국 방문 동기를 2배 이상 높여줄 수 있다.

이제 우리 K팝 스타가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시대이다. 그들의 얼굴은 못볼지언정, K팝 스타의 소속사 건물이라도 한 번 찾아가 보고자 한국을 찾는 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시대이다. 현재까지의 한류가 앞으로만 진화해왔다면, 지금부터의 한류는 타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한 진화도 가능하다. 물론 거저 될 수는 없다. 수많은 연습생의 땀과 노력이 오늘의 K팝을 만들었듯이 정부와 한류 콘텐츠 기획사, 방송사, 기업체의 땀과 노력을 다시 한 번 모을 때이다.

2011-1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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