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관(史官)/김종면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관(史官)/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1-11-26 00:00
수정 2011-11-26 00:1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란이 이어지고 도적이 들끓던 11세기 일본 헤이안 시대. 폭우가 쏟아지는 라쇼몽(羅生門) 아래 나무꾼과 스님이 뭔가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잠시 비를 긋기 위해 들른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하자 이들은 남자에게 마을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을 들려준다. 무사 다케히로가 숲속에서 말을 타고 아내 마사코와 함께 지나간다. 낮잠을 즐기던 산적 다조마루는 마사코의 미색에 반해 그녀를 차지할 흑심을 품는다. 속임수로 다케히로를 포박한 다조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한참 뒤 나무꾼은 다케히로의 가슴에 꽂힌 칼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심문이 벌어진다. 얼핏 봐도 범인이 누구인지 뻔한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혐의를 벗기 위해 제 방식대로 현장을 증언한다.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은 이처럼 불가해한 인간 내면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는 상황은 하나인데 사건은 완전히 재구성되는 ‘기억의 조작’을 흔히 본다. 인간은 결코 진실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니 진실은 얼마든지 이기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뉴타운 공약을 놓고 서울시장이 동의를 해줬느니 안 해줬느니 유력 정치인과 시장이 논란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실은 하나인데 이들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해석을 달리했다. 기록으로 남겼어야 했다.

최근 서울시가 ‘사관(史官)제도’를 도입했다. 시 역사상 처음이다. 시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거나 공식, 비공식 면담을 할 때 주무관이 배석해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하다. 그동안은 시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때 기록을 남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예술하는 사람은 행복해선 안 된다고 한다.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지독한 역설은 행정하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록비서관‘제도가 자유로운 발언 분위기를 해치는 보신주의 행정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일각에선 기록비서관을 조선시대 사관에 견주기도 한다. 임금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사초를 쓰는 추상같은 역사기록관 말이다. 조금은 지나친 비유다. 하지만 최소한 사관의 기본 덕목인 춘추필법의 정신을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쪼록 그 정신 그대로 대의명분을 밝혀 세우고 시시비비를 가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서울실록’을 써나가기 바란다.

김태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 장위14구역 현장방문... 재개발 정상화 속도 낸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태수 위원장(국민의힘, 성북구 제4선거구)은 지난 9일 재개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어온 성북구 장위14구역(장위동 233-552번지 일대)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현장방문에는 김태수 위원장을 비롯해 서울시 김상우 재정비촉진과장, 성북구 윤정두 주거정비과장 등 관계 공무원들과 장위14구역 조합장을 포함한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12월 조합 총회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안건이 사업성 문제 때문에 부결된 이후,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위원장과 참석자들은 먼저 장위14구역 내 노후된 주거 환경과 구릉지 지형 등 현장 여건을 꼼꼼히 살펴보며, 특히 좁은 도로와 열악한 기반 시설 등 주민들의 생활 불편 사항을 직접 확인하며 재개발의 시급성에 공감했다. 이어진 장위1동 주민센터에서의 간담회에서는 ‘장위1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대한 보고가 진행됐으며, 변경안에 따르면 용적률을 기존 211.60%에서 263.46%로 대폭 상향하고, 최고 층수를 25층에서 35층으로 완화해 사업성을 개선하는
thumbnail - 김태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 장위14구역 현장방문... 재개발 정상화 속도 낸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11-2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