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햇빛 소송/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햇빛 소송/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06-12 00:00
수정 2012-06-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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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햇빛 소송’이 제기됐다. 부산 해운대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300m 떨어진 초고층 주상복합에서 반사된 햇빛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의 주상복합은 외벽을 반사유리로 덮는 커튼 월 공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여름철 오후 5시부터 8시 사이에 강한 햇빛이 거실로 들어와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 시간대에 커튼을 치지 않고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으면 실내 온도가 2∼3도 오른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한편으로 태양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드는 계기도 됐다. 태양은 우리에게 빛과 열, 두 가지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더 큰 에너지가 빛이다. 1년에 지구에 내리쬐는 햇빛의 에너지 총량은 무려 1만 4900페타와트시(Petta Watt Hour·페타는 10의 15승)이다. 과학자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구에 오는 햇빛의 1%만 전기로 전환해도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햇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것이 태양광(Photovoltaic) 기술이다. 폴리실리콘이나 다른 화학물질로 만드는 태양전지(Solar Cell)가 그 역할을 한다. 태양광 기술은 미국이 선도했다. 주로 인공위성의 에너지원으로서 연구가 이뤄졌다. 이후 샤프와 같은 일본 업체들이 미국 기술을 도입해 태양전지를 양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시장을 이끌었다. 이후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유럽 업체들이 태양광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급기야 2007년에는 독일의 큐셀이 샤프를 누르고 세계 1위 태양전지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그러나 큐셀 등 유럽 업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삼아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 업체들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전지는 광자(Photon)를 전자(Electron)로 전환하는 일종의 반도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태양광 시장에서도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특별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좁고, 세계 시장도 불투명한 것 등이 이유다. 하루빨리 국내 업체들이 태양광 시장에서도 반도체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 햇빛도 ‘공해’라는 오명을 자연스럽게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6-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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