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체험장의 햇살/전세중 서울소방재난본부 보라매안전체험관장

[기고] 안전체험장의 햇살/전세중 서울소방재난본부 보라매안전체험관장

입력 2012-06-14 00:00
업데이트 201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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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오후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 광나루 안전체험관 앞 푸른 잔디밭에서 유치원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필자는 아이들을 돌보는 유치원 원장에게 다가가 날씨가 쌀쌀한데 지하 카페테리아를 이용하는 것이 어떤지 의견을 물었다. “우리는 점심을 카페테리아에서 먹었어요. 식사 장소로 참 좋았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세중 서울소방재난본부 보라매안전체험관장
전세중 서울소방재난본부 보라매안전체험관장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고 했다. 안산에서 체험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지난해에도 두 번 다녀갔는데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한다고 하였다. 영어나 수학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자신을 지키는 안전체험을 경험하게 한다는 원장의 교육철학이 남다르게 생각되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허물어지고 만다. 안전체험은 우리 인생에서 기초를 쌓는 것이 아닐까.

체험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원장은 내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일본 방재관이 한국보다 못하대요.” 의아하게 생각돼 어디에서 체험을 했는지 묻자 체험을 다녀온 선생님을 소개했다. 이 선생님은 “후쿠오카의 방재관 체험시설은 소방서 내에 있었는데 규모가 작고요, 여기보다 훨씬 못해요.”라고 말했다. 여행도 할 겸 안산시립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함께 일본의 체험시설을 다녀왔다고 했다. 20명이 다녀왔는데, 여행경비는 어린이집에서 반을 부담하고 개인이 나머지를 부담했단다.

일본 방재관이 우리나라 체험관보다 못하다는 말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지진으로 인해 안전에 관심이 많은 일본은 체험관을 우리나라보다 몇 십년 앞서 운영하고 있다. 모두 170여개의 방재관이 있는데 한국보다 시설이 못한 곳도 많지만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곳도 여러 곳 있다고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녀와 동행한 다른 선생님들은 일본 방재관을 둘러보며 시설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했지만 정작 본인은 일본 방재관을 가기 전에 서울 광나루 안전체험관에서 이미 체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실망했다고 한다. 체험 내용도 일본 방재관보다 한국이 더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자연재해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이다. 어려서부터 많은 어린이들이 방재에 관한 교육을 받아 안전의식이 투철하다. 안전교육의 역사는 짧지만 일본보다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뿌듯해졌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실제로 지진을 겪어보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자유분방한 가운데서 체험을 한다.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편이다. 질서가 좀 없다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재난의 무서움을 덜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학생들이 우리나라 체험관을 찾아와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실전처럼 체험을 한다. 지진을 자주 겪어서 그런지 체험에 임하는 태도가 질서정연하고 집중도가 높다. 얼마 전 일본학생들이 방문했을 때 눈여겨보았는데 지진체험 때 안내에 따라 책상 밑으로 피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그리고 사뭇 진지했다.

광나루 안전체험관의 주요 이용객은 어린이들이다. 이들이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보다 높은 안전의식을 가지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각종 재해에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체험이 필요하다.

2012-06-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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