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Young Man/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Young Man/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06-18 00:00
업데이트 201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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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매우 이례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논평을 했다. “미국 대통령 부시가 우리 최고 수뇌부에 대해 ‘선생’이라고 존칭했다.”면서 “우리는 이에 유의한다.”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흘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명하면서 ‘미스터’(Mr)라는 경칭을 붙인 데 대한 일종의 화답이었다. 그 효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한때 순풍을 타는 듯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외부의 호칭에 유난히 민감하다. 김일성보다는 김정일 통치 시기로 넘어오면서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정통성 없는 권력 세습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질타가 가져온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앞세운 부시 정권은 북한을 ‘정권 교체’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러한 인식은 김정일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호칭에 그대로 담겼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5월 16일 의사당을 방문, 공화당 지도부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일을 ‘피그미’라고 불렀다. 원색적인 표현에 함께 있던 공화당 의원들이 놀랄 정도였다. 부시는 이후에도 김정일을 ‘독재자’, ‘위험한 인물’, ‘국민을 굶기는 사람’ 등으로 표현하며 줄기차게 공격했다. 2005년 4월 29일 기자회견에서는 아예 ‘폭군’이라고 대놓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시의 김정일 호칭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효과 없는 대북 압박정책에 변화가 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미국인들이 피로감을 느끼자 새로운 외교적 업적을 만들어 보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스터 김정일’이 나온 것이다. 당시 대북 외교를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아예 김정일을 ‘미스터 체어맨’이라고 호칭했고, 2007년 부시도 그런 표현을 썼다.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영 맨’(Young Man)이라고 호칭했다. ‘Young Man’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젊은이’이지만, 미국에서는 하대하는 뉘앙스로도 쓰인다. 군대 고참이 신참을, 야구 감독이 선수를 타이르거나 할 때 입에 올리곤 하는 말이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김정은을 ‘새 지도자’(New Leader)라고도 지칭했다. 권력의 3대 승계 이후 ‘최고 존엄’에 대한 평가에 한층 민감해진 북한이 클린턴 장관의 어느 호칭에 더 관심을 둘지 주목된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6-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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