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중국 통계와 마사지/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 통계와 마사지/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입력 2013-02-28 00:00
수정 2013-02-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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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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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7.8% 늘어난 51조 9300억 위안(약 9055조원)이라고 25일 확정 발표했다. 인민일보가 22일 전국 31개성·시·자치구에서 각각 공표한 2012년 GDP를 집계한 결과는 57조 6900억 위안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차액이 무려 5조 7600억 위안으로, 한국 GDP(약 1100조원)와 맞먹는 규모다. 서방의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은 집세·교육비·건강보험 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면 지난해 GDP 성장률은 정부 통계보다 2.3% 포인트 낮은 5.5%가 나온다며 중국의 통계수치 마사지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해 12월 수출이 전년보다 14.1%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UBS은행은 수출증가율이 상대국들의 화물 수입량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를 문제삼았다. 미국 골드만삭스도 수출 증가율이 제조업지수의 해외 주문 수치와 배치된다고 거들었다. 국가통계국이 지난해 3분기 GDP를 발표했을 때도 서방 이코노미스트들은 의문을 품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9월 GDP와 물동량, 전력소비량, 선박건조량 등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통계 마사지 관행은 뿌리 깊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5년 내 영국을 따라잡는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1958년 대약진운동을 벌였다. 중국 정부는 1958~59년 2년 동안 철강 및 식량 생산량이 각각 10배, 3배 가까이 폭증하는 등 ‘경제기적’을 이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해와 운영 미숙으로 농작물 수확이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대약진 전후 3년여 동안 2168만명이 굶어 죽었다는 게 중국 관변의 통계수치다. 이런 연유로 중국에는 ‘수쯔추관, 관추수쯔’(數字出官, 官出數字·통계가 관리의 출세를 좌우한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오죽했으면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가 2007년 3월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절 클라크 랜트 주중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전력소비량, 물동량, 은행대출액을 보면 경제성장 속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며 “GDP는 인위적(man-made)인 탓에 신뢰할 수 없다”고 했을까.

미국 경영학자 아론 레벤슈타인은 일찍이 이렇게 설파했다. “통계는 비키니 입은 여성과 같다”고.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부위는 감추고 있다는 뜻이다. 설사 그렇더라로 통계는 나라의 경제상황이나 세계경제 동향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세계가 한 마을처럼 가까워지면서 각국 경제통계 수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지표가 0.1%만 변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면 톱 뉴스를 장식하며, 국제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지구촌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무역량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서방의 통계 마사지 의혹 제기를 고도성장에 대한 ‘몽니’로 평가절하하기보다 국가 위상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통계의 정확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이다.

khkim@seoul.co.kr

2013-02-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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