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보 제1호/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보 제1호/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3-29 00:00
업데이트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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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옛 모습을 찾는 공사가 새달 마무리된다. 2008년 방화로 무너진 지 5년 만이다. 준공식은 5월로 예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작업용 가림막을 걷어내자 숭례문이 뭔가 모르게 전과는 달라보인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고색창연하던 옛 분위기와는 다른 선명한 단청이 그렇고, 처마 곡선이 눈에 익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숭례문이 국보 제1호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보물 163호 쌍봉사 대웅전과 보물 제476호 금산사 대적광전은 1984년과 1986년 각각 불 탄 뒤 옛 모습대로 복원했지만 보물 지정은 해제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문화재 관리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숭례문이 국보 제1호의 지위를 잃어 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을 사실상 결정하는 문화재위원회가 이미 화재 직후 숭례문이 국보의 지위를 상실할 만큼 피해가 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불에 탄 2층과 달리 1층은 상당 부분 원형이 남아 있고 성벽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국보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공사에 목재는 옛날 것의 50%를 다시 사용했고, 석재는 옛것을 거의 그대로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새롭게 교체된 기와와 단청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바꾸어야 하는 소모품이다. 따라서 숭례문은 최대한 원자재를 살린 ‘복구’이고, 이어진 성벽은 새로운 자재를 사용한 ‘복원’이라는 것이다.

숭례문이 국보 제1호에 걸맞은 상징성을 가졌는지는 화재 이전부터 논란이었다. 국보나 보물의 일련번호를 없애도록 문화재 등급과 분류 체계를 바꾸는 방안도 추진됐다. 일련번호가 가치의 경중에 따라 매겨진 순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숭례문 화재로 문화재청의 계획은 오히려 흐지부지됐다. 대신 한글이 국보 제1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2009년에는 이런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은 지정문화재이든, 아니든 한국인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절대적 문화유산이다. 그러니 한글을 유형 문화유산 제도인 국보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은 억지스러워 보인다.

숭례문 복구가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지 못하면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들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새집 같은 숭례문은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눈에 익을 것이다. 숭례문에 쏟았던 열렬한 애정을 이제 주변의 사랑받지 못하는 문화재로 돌려보면 어떨까.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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