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박근혜와 스마트파워/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와 스마트파워/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입력 2013-05-09 00:00
업데이트 201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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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석우 도쿄 특파원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시 시찰로 유명했다. 공사 현장과 정부 부처는 물론,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원 등 과학연구기관들을 불쑥 찾아가 밤늦게 실험기기들과 씨름 중인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금일봉까지 놓고 가곤 했다. 최고 권력자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현장 중시는 당시 과학기술인들에게 힘이자 긍지로 작동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남다른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라는 기치를 들고 나왔다. 용어 혼선은 있지만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중후장대한 장치산업과 관료화된 거대 기업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과 발전을 얻기 어렵다는 고민과 판단이 깔려 있다. 휴대전화가 컴퓨터를 대신하고, 자동차가 기계제품이라기보다는 전자제품이 돼 버린 시대에 창조경제란 어젠다는 시대 변화의 방향을 담아야 한다.

옛 질서와 틀을 허물면서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는 시대 변화를 어떻게 창조 경제 속에,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속에 담아낼지가 당면 과제다. 융합과 새로운 가치는 다른 시각, 다양한 의견의 충돌과 화학반응 속에서 이뤄진다. 창조경제가 꽃피고 국가적 에너지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상하이가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처럼 국제금융의 1번지가 되기 힘든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명성이 부족하고, 자유로운 정보 흐름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도 돈이나 행정 지원보다는 이를 떠받치는 사회적 조건과 풍토에 더 영향을 받는다.

애플과 구글이 ‘닫힌 사회’에선 나올 수 없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자발성과 자율, 도전과 파격을 용인하는 패자 부활의 사회에서만 태어날 수 있었던 것과도 같다. 새 정부는 ‘칸막이를 넘어선 부처 간 협업’을 강조했지만 민간과의 소통, 사회적 자발성을 보장하는 조력자로서의 정부 역할 확립이 더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선 창조경제 프로젝트는 자칫 관료의 권한과 간섭을 늘리고, 유연함과 창의성이 핵인 21세기 사회경제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 수조원씩의 연구개발비 분배 권한을 손에 쥔 교육부 등 일부 부처가 어떻게 대학과 과학기술자들에게 상전이 됐고, 연구개발 생태계의 포식자가 됐는지는 새삼 따질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은 퇴근 뒤 숙소에 돌아가서도 밤늦도록 각종 보고서와 자료들을 읽고 숙고한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는 각 단계를 거치면서 조정되고 다듬어진 것들이다. 민초들의 불만과 입장이 빠지기 쉽고, 듣기 싫은 소리도 윤색되기 쉽다. 현장에 있기 어려운 대통령에게 청와대가 ‘국민의 사랑방’이 될 정도로 각계각층을 만나고 국민과 소통하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청와대가 고인 물이 아니라 여론과 의견이 흐르고 넘치는 그 수준만큼 현장과 시대 요구를 읽는 지도자의 눈도 열릴 것이다. 지도자가 변화와 시대적 맥락을 읽어낼 때 창조경제도 스마트파워로 꽃필 수 있다. 창조경제는 글로벌 정보통신시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조건을 지닌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jun88@seoul.co.kr

2013-05-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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