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잡초가 우거진 밭 같은 우리 말글살이 모습/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례모임 공동대표

[기고] 잡초가 우거진 밭 같은 우리 말글살이 모습/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례모임 공동대표

입력 2013-11-25 00:00
업데이트 201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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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글날은 매우 뜻 깊고 기쁜 날이었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진 지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글은 우리말을 적는 표기 수단으로 뿌리를 내렸으나 아직도 일본 한자말과 일본말투에다가 요즘엔 영어까지 마구 섞어 쓰고 있어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고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침 정부가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공언어 개선 방안을 찾아 쉬운 우리말 쓰기에 힘쓰기로 했다고 하니 반갑고 고맙다.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례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례모임 공동대표
공공언어를 쉽게 다듬는 일은 정부와 국민이 서로 생각과 뜻을 통하게 함으로써 행정 효과도 높여서 민주주의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영국과 스웨덴도 쉬운 제 나라말 쓰기 운동을 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프랑스어를 지키고 다듬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요즘엔 미국 대통령도 쉬운 영어쓰기를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경북과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소가 공문서를 올바로 작성하려고 도민과 공무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공문서에 모르는 한자말이 많아서 불편했다는 민원인이 42.9%였으며, 공무원들도 26%가 어려운 한자말 때문에 일하기 힘들었다”고 답했단다. 그런데 국민과 공무원들이 어려워하는 한자말은 거의 일제강점기부터 쓰던 일본식 행정용어와 전문용어다.

우리말 속에 있는 일본말을 버리는 일은 광복 뒤부터 했다. 1948년 정부가 ‘국어정화위원회’를 만들어 일본말을 쓰지 말고 우리말을 찾아서 쓰자는 운동을 했다. 그러나 그때 거의 지식인이나 공무원이 모두 일제 때 일본 국민으로 태어나서 일본말을 국어로 배우고 익힌 사람들이라 흐지부지 끝났다. 그 뒤 1970년대에 바른말 고운 말 쓰기 국어순화운동을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날 어려운 한자말에다 영어까지 마구 섞어 씀으로써 우리 말글살이가 더 어지럽다. 회사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더니 아파트 이름과 상품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기관 직제 이름까지 영어로 바뀌고 있다. 우리 말글살이는 마치 주인이 없어 잡풀이 우거진 밭과 같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국어나 국사까지도 영어로 강의하고 초· 중·고교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한다고 난리법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인 한글을 가진 나라가 제 말글을 버리고 있다는 것은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말 속에 있는 잡풀 같은 외국말과 어려운 한자말을 뽑아내고 우리말이 잘 자라도록 하자.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고 외국인이 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고 그 무엇보다도 먼저 할 일이다. 민주 복지시대를 열고 다지는 일이며, 자주 문화를 꽃펴서 문화융성시대를 여는 밑거름이며 남북통일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일은 지난날 일부 우리말 단체와 국민이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정부와 언론과 기업은 말할 것이 없고 온 국민이 함께 나서서 성공시키자. 이 일이 잘되면 교육도 행정도 잘되고 사회 통합도 이루어질 것이며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노벨상을 탈 문학작품도 나오고 ‘한류’ 바람이 더 세차게 나라 밖으로 퍼져 나가 세계 문화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2013-1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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