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신문에서 젊은이를 보는 시각/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4년

[옴부즈맨 칼럼] 신문에서 젊은이를 보는 시각/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4년

입력 2011-10-12 00:00
수정 2011-10-1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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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4년
강청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4년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젊음은 특권이구나 하고 느낀다. 어려운 세상 때문일까,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은 관심을 두고 격려와 질책을 보낸다. 온갖 지면에 젊음을 북돋고 또 한편으로 다그치는 글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물론 특권이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로 기성세대의 눈으로 쓰인 염려와 연민은 고맙고 따뜻한 것이지만 마냥 눈을 낮추라는 충고나 대안 없이 그저 힘을 내라는 목소리에는 되레 힘이 빠질 때도 있다.

서울신문에서는 어떤 식으로 젊음을 그리고 있을까. 키워드는 ‘위로와 격려’ ‘취업’ ‘등록금’ ‘클럽문화’ ‘공시족’ 등으로 요약된다. 9월 15일 자 30면에는 미국 언론의 분석을 인용해 ‘짜증 난 세대’라는 비유까지 등장했다. 암울하기 그지없지만 어쩔 수 없는 청춘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에는 젊은 세대가 지나치게 대상화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기사에서 젊은이들은 그저 위로받아야 할 ‘가여운 청춘’이거나 혹은 계도의 대상으로만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논설에는 어떻게 하라는 해라체의 주문만 있을 뿐 구체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젊은 세대에게 직접 다가가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는 기사가 아쉽다. 단순히 관련 기사에 한두 마디 취재원으로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젊은이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예컨대 반값 등록금 문제는 현장에서 대학생들이 느끼는 체감도를 직접 취재할 수 있다. 정치적 이슈로만 보도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어려운 취업 현실 보도는 단순히 실업률 등의 지표를 제시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취업박람회나 면접장에서 그 열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취재한 기사는 ‘대학 구내식당 문제’나 공무원 취업수기 등이 거의 전부였다.

다양한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세대를 조명했으면 한다. 스펙 열풍은 부작용도 불러일으켰지만, 그 덕에 대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비뿐 아니라 문화 생산의 주체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음도 많다. 이 시대 젊은이들을 단순히 취업에만 골몰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허덕이는 세대로만 한정 짓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다.

사회 현상에 대해 젊은 세대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직접 그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7월 18일 자 ‘20대, 정치를 묻다’는 기사는 그런 의미에서 참신하고 관심이 가는 기사였다. 현장에서 활약하는 20대 젊은 주역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데다 20대의 정치불신에 대해 다각적으로 취재한 노력이 돋보였다. 정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문화현상이나 경제 등 다른 분야로 확대하면 어떨까. 젊은 세대가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하는 대담 자리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주간 뉴욕 월가 시위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시위는 단순히 미국의 일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젊은이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단순히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서울신문의 전망처럼(10월 4일 자 31면 사설)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사회문제 개선과 더불어 세대 간 화합과 소통을 절실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신문의 독자층이 젊은 세대가 아니라는 것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의 신문기사에서는 정작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럴수록 젊은이들에게 말을 걸고 다가가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이 되지 않는 내용에는 더더욱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진정으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후배들에게, 아우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면 내려다보는 식의 조언보다 현장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 더 바람직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터널 속에 갇힌 청춘에, 밝은 곳에서 나오라는 손짓보다 어둠 속에서 함께 손잡아주고 말을 걸어줄 손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2011-10-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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