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X산천 수출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사설] KTX산천 수출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입력 2011-05-13 00:00
수정 2011-05-13 00: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고속열차(KTX)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코레일이 지난 7일 새벽 고속철도 고양차량기지에서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을 사전 검사하면서 모터감속기 고정 장치 2곳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제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사실상 리콜을 신청했다. 고속열차에서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의 속도를 줄여주는 모터감속기가 고정대에서 탈선해 선로로 떨어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의 속도를 줄이지 못해 대형 인명 사고가 초래될 건 뻔한 일이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소름 끼친다.

그동안 KTX에 대한 사고 우려는 끊이질 않았다. 프랑스 알스톰사가 제작해 현재 46대가 운행되고 있는 일반 KTX는 지난해 25건의 고장 및 사고가 났고, 3월부터 19대가 운행 중인 KTX산천은 28건의 고장을 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고장 및 사고 원인은 신호장치 이상, 공기 배관 이상, 고압회로 이상, 모터블록 고장, 승강문 고장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오죽했으면 고장철(鐵)이란 오명을 썼을까. 너무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둘러싸고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했었다. 그만큼 국민은 KTX의 잦은 사고에 가슴을 졸였다.

코레일이 리콜을 신청한 만큼 현대로템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정부와 코레일이 KTX의 운행 편수를 줄이고, 해외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현대로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더 이상 승객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기계적 결함 등에 따르는 불안감을 해소한다면 오히려 해외 수출에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수출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코레일도 최근의 잦은 사고에는 허준영 사장 취임 후 ‘공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인력 감축과 보수 주기 연장이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코레일이 사고의 원인을 현대로템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한몸이 돼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철도운행에 승객의 안전과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2011-05-13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