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해 14조원 R&D 예산 전면 재검토하라

[사설] 한해 14조원 R&D 예산 전면 재검토하라

입력 2011-10-04 00:00
수정 201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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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세계 평균 수준은 물론 중국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어제 발표한 ‘2010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 보고서’에서 드러난 한국의 연구·개발 현주소다. 그동안 정부 R&D 사업 예산이 줄줄 샌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질적 수준 측면에서도 중국에까지 추월당했다니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핵심학술지에 실린 우리나라 논문들의 질적 수준을 지수로 평가했더니 0.933으로 세계 평균 1.0을 밑돌았다. 이는 미국(1.088)과 영국(1.074) 등 선진 7개국은 물론, 중국(0.942)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의 경우 2007년 이래 매년 뒷걸음질쳤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분석대상을 민간 지원이 아닌 정부 지원을 통해 생산된 논문으로만 보면 우리 논문의 질적 수준은 0.897로 확 떨어졌다고 한다. 중국한테 밀린 것만 해도 한심한 일인데 세금으로 퍼부은 정부 주도의 R&D 사업 성과가 더 좋지 않다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지난해 정부의 R&D 예산은 13조 7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못 낸다면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내실 있는 연구·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연구 용역을 따기 위해 많은 시간을 관가에서 얼쩡거려야 하고, 프로젝트를 딴다고 해도 그 이후 사업 계획서 보고 등 쓸데없는 행정의 뒤치다꺼리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실제 연구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없다. 자연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없다.

R&D 과제의 선정과 예산 집행, 평가 등 일련의 과정도 문제투성이다. 실력보다 로비에 뛰어난 팀들에 예산이 배정되는가 하면, 같은 연구 과제에 중복 지원되는 등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구비 관리의 투명성도 확보되지 못해 엉뚱한 곳에 연구비가 쓰이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더욱 문제다. R&D 사업은 미래 국가경쟁력을 견인할 중요한 사업이다. R&D 예산이 ‘눈먼 돈’처럼 쓰이지 않도록 효율적인 관리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철저한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2011-10-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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