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비용 확보 단계적·탄력적 접근해야

[사설] 통일비용 확보 단계적·탄력적 접근해야

입력 2011-10-08 00:00
수정 2011-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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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통일세 징수 등 구체안 없이 통일재원 확보대책의 대강만 공개했다. 부처 간에 이견이 있음을 말해 준다. 균형재정 추진이나 복지예산 증대 등 고려할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산고’는 당연하다. 우리는 온 겨레의 소망인 통일을 위해 일정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당위성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국민의 어깨에 큰 짐을 지우는 일은 단계적이고 유연하게 접근해 주기를 당부한다.

통일로 가는 여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이미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생생히 드러났다. 당시 선진국이었던 서독도 상당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거덜난 사회주의체제 동독을 흡수한 뒤 한동안 휘청거렸다. 남북통일도 아무런 준비 없이 산사태처럼, 예기치 않게 들이닥칠 때 우리에게 ‘재앙’ 수준의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통일열차의 기관사와 승객으로서 필요한 준비와 비용을 미리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북의 경제력이 천양지차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기금 확충 등 각론을 추진하는 데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 통일연구원은 20년 후 통일이 될 경우 그때까지 공동체 형성비용으로 경상가격 기준 79조원, 통일 후 1년간 최소한 55조 9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통일세와 같은 목적세로만 충당하려면 조세저항이 적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특히 통일 후 10년간 소요될 더욱 어마어마한 비용은 통일세로 거둬들인 통일기금에만 의존할 이유도 없다. 통일 이후 채권 발행을 통해 세대 간 형평성을 꾀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남북협력기금을 적립식으로 해 통일기금으로 활용하는 대안도 있지 않은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한국 건설을 위해서 우리가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대의를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다만 통일재원은 남북관계의 변화 추이와 국민경제의 부담능력 등을 살피면서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성급히 밀어붙이지 말고 심도있는 부처 간 협의와 여론 수렴 절차를 좀 더 거치기 바란다.
2011-10-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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