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문·우유 배달원은 계단만 이용하라니…

[사설] 신문·우유 배달원은 계단만 이용하라니…

입력 2012-03-19 00:00
수정 201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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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우유 배달사원 등이 아파트 승강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배달원들이 출입카드를 구입하고 승강기 등 사용 명목으로 돈도 낸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외면할 수 없는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배달원은 아파트 승강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알림문이 버젓이 붙어 있다. 주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승강기 고장이나 전기료 부담 등으로 민원이 자주 발생하니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성 대목도 눈에 띈다. 자제가 아니라 ‘강제’인 셈이다. 명백한 ‘불법’이 아니라면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배달원들에게 아파트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생계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꼭두새벽부터 아파트를 위아래로 훑어야 하는 배달작업은 적어도 몇 시간씩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중노동이다. 지식경제부가 에너지 절약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벌이는 ‘칼로리 계단’류의 걷기운동 캠페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밥줄이 달린 절박한 문제다.

아파트 단지들은 보안을 이유로 외부인 출입을 점점 더 까다롭게 하고 있다. 직업상 아파트를 드나들어야 하는 배달원들에게는 적잖은 심리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마당에 승강기 사용마저 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최근 어느 연예인은 거액을 받는 자신의 종편 출연을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신문 배달원과 비교해 여론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자기중심 행태는 집단이고 개인이고 마찬가지다. 배달원들로서는 생업을 버리지 않는 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유를 나르고 신문을 놓을 수밖에 없다. 사회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더욱 절실한 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다.

2012-03-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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