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신뢰 얻으려면 대화 진정성부터 보여라

[사설] 북, 신뢰 얻으려면 대화 진정성부터 보여라

입력 2013-06-12 00:00
수정 2013-06-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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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에서 이틀 동안 열릴 예정이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다. 북측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격(格)을 문제 삼으면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회담이면서 남북 고위급 만남으로는 6년 만의 회담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었는데 북측의 억지로 인해 회담이 무산돼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사실 엊그제까지 이틀간의 남북 간 실무접촉에서 회담의 격과 의제 등을 놓고 진통을 겪어 왔기에 이번 회담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점쳐졌던 바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렵사리 대화의 장을 마련한 만큼 회담 자체가 결렬될 것이라고는 예상하긴 힘들었다. 더구나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당면 현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가 아니라 뜬금없이 대표단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은 것은 북이 처음부터 회담에 뜻이 없었음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당초 이번 회담을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장관급 회담’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것은 우리 정부다. 우리 측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나오고, 북측에서는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오면 회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측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카드에 난색을 표하면서 우리 측에서 할 수 없이 차관급 인사로 선회한 것이다. 그런데도 북측은 이번 회담에 차관보다 훨씬 격이 떨어지는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그러고도 거꾸로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고 우리 쪽에 책임을 돌렸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북이 이번에 회담을 무산시킨 진짜 이유는 수석대표의 격이 아닐 것이다. 비핵화 등 긴장완화 조치는 제쳐두고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으로 경제적 반대급부만 어물쩍 챙기려는 것이 속셈이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북한의 의도는)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국의 경제제재 완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북한이 통일부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당국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상식과 사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국제사회에 대화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본심만 드러낼 뿐이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는 만큼 북은 남북 대화에 진정성을 보여 주기 바란다.

2013-06-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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