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보 페이퍼 컴퍼니 해명 군색하다

[사설] 예보 페이퍼 컴퍼니 해명 군색하다

입력 2013-06-17 00:00
수정 201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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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주말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예보 및 산하기관인 정리금융공사 전 직원 6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개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회수된 공적자금이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의 계좌를 통해 오갔다는 것이다. 개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타당한지 밝혀야 한다.

뉴스타파는 예보에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해 문의했으나 제대로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예보는 “해당 직원들이 모두 퇴직한 상황인 데다 관련 자료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과거 영업정지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신속히 회수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개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감독 당국조차 예보의 유령회사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사실이다. 외환거래를 할 때는 거래은행에 신고를 하게 돼 있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예보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배경이 무엇인지 철저히 따져 문제가 있으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예보가 지금까지 페이퍼 컴퍼니를 유지한 이유도 궁금하다. 예보는 1998년 영업정지된 삼양종금이 54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자산을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숨겨둔 것을 발견하고 효율적인 자산 회수를 위해 개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예보는 2002년 2월 자산 인수 기준일 인수 대상 5400만 달러 중 2200만 달러만 회수했다. 나머지는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페이퍼 컴퍼니를 최근 폐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이름의 페이퍼 컴퍼니가 자산 회수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예보의 주장과 상충된다. 그동안 3200만 달러의 회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국민 앞에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페이퍼 컴퍼니의 운용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

2013-06-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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