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감사원’이 불러일으킨 4대강 평지풍파

[사설] ‘정치 감사원’이 불러일으킨 4대강 평지풍파

입력 2013-10-17 00:00
업데이트 201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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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이 통치자의 국정철학에 정책기조를 수렴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중립을 유지하는 권력기관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국민의 소박한 바람이기도 하다. 기대에 가장 가까운 기관이 감사원일 것이다. 실제로 과거 다른 권력기관들이 정권의 눈치보기를 넘어 충성 경쟁을 벌이던 시절에도 감사원은 어느 정도 금도(襟度)를 지켰다는 것이 적지 않은 국민의 믿음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 감사원이 국민이 가진 최소한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감사원은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또 하나의 정치적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두고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는지를 따지는 자리였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3차 감사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검토했지만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고도 했다. 감사원의 일관된 소신의 표현이었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 질문을 한 야당 의원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4대강 사업 감사는 ‘정치 감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 차례 감사의 발표 내용은 그때마다 달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월 첫번째 감사에서는 법적 절차 이행 등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1월에는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소신을 바꾸었다. 7월에는 4대강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고 한 걸음 더 나갔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물러나고 지금껏 감사원장 자리가 비어 있는 것도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적 고려에 따른 널뛰기 감사 때문이 아닌가.

정치적 감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조직 전체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본다. 그럴수록 구성원들은 자신과 감사원 조직의 건강을 넘어 정부 조직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의 엇갈린 감사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감사 결과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지는 몰라도 결국 정권에도, 감사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똑똑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기대한다.

2013-10-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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