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사 빠진 해외공관들 기강 바로 세워야

[사설] 나사 빠진 해외공관들 기강 바로 세워야

입력 2013-10-29 00:00
수정 2013-10-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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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교관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할 해외 공관에서 최근 불거져 나온 각종 추문을 보면 외교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 책무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곤경에 처하면 당연히 현지 공관을 찾아 도움을 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선 공관의 서비스 아닌 서비스를 겪어 보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 국가기관인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끌려 외교관의 꿈을 키운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교관이 되고 나서도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외교관으로서 최소한의 자세를 갖추었다고 하기 어렵다.

최근 영국 런던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도 ‘외교관의 품위’와는 거리가 있는 추문이 터져 나왔다. 다음 달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 기간 동안 업무를 도울 현지 인턴을 선발하는 면접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사관 직원은 지원자들에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같은 일이 이번에도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수치심을 느껴 답변을 피한 지원자에게는 재차 답변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적절한지 알지 못하기에 물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원자는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외교부는 미래를 짊어진 이들에게 국가적 대사(大事)라면 성추행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가르치려는 것인가.

우리 외교관의 부적절한 처신은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다. 한국에 취업하려는 아시아 지역 근로자들에게 ‘급행료’를 챙기거나 ‘비자 장사’를 일삼아 노동력 수급 정책의 근간을 해치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현지인들에게 좌절을 안긴 것이 다름 아닌 우리 일부 외교관들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공관이 아시아 지역에만 19개국에 이른다면 기강의 해이는 일반화됐다고 봐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현지 신문에 보도되는 추태도 이어졌다. 외교관은 명예를 먹고사는 공직자다. 외교관의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외교관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

2013-10-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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