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있으나마나한 서민금융 이대로 둘 텐가

[사설] 있으나마나한 서민금융 이대로 둘 텐가

입력 2013-11-14 00:00
수정 201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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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저소득 계층에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들이 정작 현장에서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금융은 지난 정부 때 경기 불황과 부동산 값 하락 등으로 어려워진 서민계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앞다퉈 내놓은 상품이다. ‘새희망홀씨’와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이 그것이다. 이들 상품은 당초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아 서민층이 이용하기에는 ‘그림의 떡’이었다.

감사원이 올 상반기 금융위원회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민금융 지원·감독실태’ 감사 결과는 서민지원 금융정책이 헛구호로 그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감독기관의 방치 속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면서 소득과 신용등급 기준을 초과한 부적격자에게 대출이 이뤄졌고, 성실한 상환자에게 주는 금리 감면(최대 1%) 혜택도 적용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새희망홀씨 상품은 410억원이 소득기준 초과자에게 대출됐고, 성실 상환자 7559명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햇살론의 경우 신용보증재단은 보증공급 목표도 설정하지 않아 기존 대출금의 회수 수단으로 악용됐다.

이들 부실 사례는 이 정부에서 출시한 서민대출 상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폭등한 월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월세대출 상품은 최근 6개월간 한 건의 이용객도 없었다고 한다. 저신용자가 이용하기엔 금리가 높고,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월세대출과 용도가 비슷한 ‘목돈저축’ 대출도 이용 실적이 낮아 벌써부터 실패한 정책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 정책이 취지를 못살리는 것은 관리감독의 부실이 큰 이유인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이 원금마저 떼일 확률이 높은 저신용자에게 선뜻 나서 대출을 해주기가 힘들다. 이들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리도 없다.

서민지원상품은 은행 창구에서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 정치 논리에 휩쓸려 금융상품의 이름만 그럴듯하게 달아놓는 전시행정으론 제도의 안착을 보장받기 힘들다. 정부가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라면 정부와 금융권의 보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국의 현장 관리와 감독체계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2013-1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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