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옳지만 지속 가능성도 확보해야

[사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옳지만 지속 가능성도 확보해야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19-07-02 20:40
수정 2019-07-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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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기금 정부 지원 의무 지키고 정보 공유로 징수·지원 체계 다듬어야

정부가 어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 정책(문재인 케어)을 2년 동안 실행한 결과 3600만명이 2조 2000억원의 의료비를 덜 썼다고 발표했다. 중증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대책 시행 전에 비해 2분의1에서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소득이 전체 가구의 중간 이하인 경우 본인 부담 상한액을 연소득의 10% 수준으로 내리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을 해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 걱정을 줄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인다는 게 ‘문재인 케어’의 목표”라고 말했다.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7.2%다.

보장성 확대는 반갑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에 대해서는 걱정이 크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건강보험은 지출이 수입보다 1788억원 많은 8년 만의 적자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조 5955억원이지만, 2026년에 이 적립금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 보고 있다.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인 초고령사회가 되면 노인 진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건강보험료를 내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부터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불가피하다. 우선 정부의 의무부터 지켜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2007년부터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기금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예상수입액을 적게 잡아 실제 20%를 낸 적은 없다. 그 결과 13년 동안 미납된 국고지원금이 총 24조 5000억원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8개 가입자 단체는 정부의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3.49% 인상안 논의를 유보했다. 인상안 논의 전에 밀린 국고지원금에 대한 계획안이 나와야 한다.

건강보험료 징수와 지원 시스템도 면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자산가도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올라 건강보험료를 안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한 임대차통계는 물론 국세청의 납세 정보 등과 정보를 공유해 무임승차가 없는 공평한 건강보험료를 만들어야 한다. 몇 년간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잠시 입국해 지원만 받고 떠나는 이중국적자의 ‘먹튀’, 부당 청구가 만연한 사무장 병원 등에 대한 대책 또한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치열한 노력을 하면서 건강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 정책의 순서다.

2019-07-03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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