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판받고 사외이사 포기한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

[사설] 비판받고 사외이사 포기한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

입력 2020-03-10 17:56
수정 2020-03-1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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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이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추천돼 논란이 일자 어제 사외이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립을 책임져 온 인사가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남 단장이 이 문제를 오래 끌지않고 거취 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당초 남 단장은 오는 19일 하나은행 정기주주총회 결의로 사외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었다.

행정고시 18회로 공직에 입문한 남 단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냈다. 지난달부터 국무총리 소속 공수처설립준비단장을 맡고 있다. 전직 공무원들이 은행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래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수처설립준비단은 그제 자료를 내고 “준비단장의 업무는 조직·인력 구성 등 공수처 설립 준비를 위한 것으로 은행에 대한 감독·제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옹호했다. 또한 “남 단장은 비상근임에도 매일 출근해 공수처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고 향후에도 설립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해명하며 사외이사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판·검사를 수사·기소하는 막강한 기관이다.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추진해 온 초대 공수처의 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남 단장에게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현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 시중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고 법적·행정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해 남 단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상황에서 남 단장의 영입은 감독당국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사외이사직 포기가 당연하다.

2020-03-1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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