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학 따라잡기] 루트비히 볼츠만의 비극

[요즘 과학 따라잡기] 루트비히 볼츠만의 비극

입력 2020-07-27 20:58
수정 2020-07-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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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전기차의 딜레마

과학자들은 대부분 회의주의자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동료 과학자들에게 날카롭게 끊임없이 검증당하는 위태로운 존재들이다. 확신에 찬 어조로 검증되지도 않은 신념을 주장하는 운동가나 선동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래서 때로는 루트비히 볼츠만처럼 자신의 업적으로 미래의 인류가 얼마나 변할지 알지도 못하고 수많은 이의제기와 비판으로 회의에 빠져 이탈리아의 한 휴양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학자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 중앙묘지 한쪽에 있는 이 위대한 과학자의 묘비에는 이름과 함께 공식 하나만 새겨져 빛나고 있다. 바로 엔트로피 정의인 ‘S=klogW’. 이는 오늘날 ‘F=ma’, ‘E=mc2’와 함께 아직 깨지지 않은 진리가 됐다.

지난 100여년간 볼츠만의 기체분자운동론은 내연기관 자동차라는 인류문명 결정체 중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의 비극과 함께 시작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도 오늘날 환경 재앙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비극적으로 저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등장했다는 사실은 전기차의 발전이 얼마나 더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렇지만 최근 전기자동차는 배출가스가 없어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전력 생산 방법이 없다면 전기자동차는 전체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킬 뿐이고 친환경 전기자동차는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

김명섭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2020-07-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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