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외할머니/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외할머니/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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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외할머니. 우리 형제들을 ‘외손주 방꽁이’라며 예뻐하셨다. 지금도 여름철 낡고 늘어진 러닝셔츠 사이로 흘러내리던 할머니의 젖가슴이 그립다. 어릴 적 할머니가 치마 속 고쟁이에서 꼬깃꼬깃 몇천원을 꺼내 주시면 어찌나 기쁘던지. 외숙모가 말라 비틀어진 곶감을 내오면 다시 두툼한 곶감으로 바꿔 주시던 할머니의 속깊은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최근 대학자인 율곡 이이가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린 글을 봤다. “조정으로 본다면 신은 있으나 마나 한 보잘것없는 존재이나 외조모에게 신은 마치 천금의 보물 같은 몸이오며, 신 역시 한번 외조모가 생각나면 눈앞이 아득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율곡전서)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외할머니 품에서 자란 율곡도 눈물 없이는 할머니를 떠올릴 수 없었나 보다. 나도 외할머니의 ‘보물’이었을 텐데…. 사회에 나오기 전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용돈 한번 못 드린 것이 못내 걸린다. 내 마음속 할머니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단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5-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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