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침 잠/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침 잠/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5-30 00:00
수정 2011-05-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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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등교 시간에 늦을까 아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은 늘 어머니였다. 내 팔을 흔들기도 하고, 창문을 열어젖혀 싸늘한 아침 공기에 놀라 벌떡 일어나게도 했다. 너무 깊은 잠에 빠질 때는 큰 소리를 치며 이불을 빼앗아 버렸다. 그 목소리는 애절했지만 강했다.

어머니의 역할을 반쯤 대신해 준 게 알람시계였다. 어머니처럼 끈질지게 몰아치지는 않아서 덜 괴로웠다. 적당히 울리기를 반복하다 만다. 계속 울려대 짜증이 나면 그만 꺼 버린다. 지금은 휴대전화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나의 아침 잠을 감시한다. 하지만 어머니만큼 미덥지는 못하다.

고등학생이 3명인 우리집은 아침이면 난리다. 각자 맞춰 놓은 알람시간대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침 6시무렵부터는 집안 곳곳에서 서로 다른 멜로디가 잇따라 울려 퍼진다. 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급기야 집사람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때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식한테는 어머니의 다그침과 정성이 묘약인가 보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5-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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