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선짓국 단상/김종면 논설위원

[길섶에서] 선짓국 단상/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1-10-25 00:00
수정 2011-10-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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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송의 문인 소동파는 “맛있는 음식은 창자를 썩게 하는 독약”이라고 했다. 절식(節食)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 게다. 그런데 세상에 정말 창자가 결딴나도 모를 만큼 군침 도는 음식이 있긴 한 건가. 동료 A를 보면 그런 음식이 꼭 비싸고 진귀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맛도 맛이지만 자신에게 편한 음식, 그래서 언제나 가까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맛있는 음식 아닐까. A에겐 되직한 선짓국 한 그릇이 곧 불도장이요 캐비아다.

오늘도 그것을 먹는다. 어떤 이는 구멍 뚫린 선지는 퍽퍽하다며 탱글탱글 윤나는 ‘무공’(無孔) 선지만 찾는다. 하지만 벼는 벼대로, 피는 피대로 제 맛이 있는 법. ‘선지 마니아’ A는 그 차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쩝쩝 소리내며 맛있게 먹는다. 그런 A에게 괜히 ‘핏국’ 얘기를 했나 보다. 연신 끔벅대는 착한 눈망울, 휘저을 때마다 디글디글 걸리는 검붉은 현무암…. 하기야 ‘죄 많은’ 동물이 어디 소뿐이랴. A는 그날 이후 조금은 거리를 두는 기미다. 그래, 음식을 탐하는 것도 집착이라면 내려놓아야지….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10-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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