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정체구간에서 끼어들려고 눈치를 보는 승용차에 ‘큰 맘 먹고’ 양보를 했다. 손이라도 들든지, 양쪽 깜빡이를 서너 차례 켜든지 무언가 표시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저런 인간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끼워주지 않는 건데’ 후회를 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자동차 양쪽에 달린 방향지시등을 ‘깜빡이’라고 한다. 불이 깜빡깜빡 켜졌다 꺼졌다하니 붙여진 애칭일 것이다. 가는 방향을 알리는 깜빡이가 양쪽에서 한꺼번에 켜질 때는 비상등으로 이름이 바뀌는 것이 재미있다. 차가 고장났을 때 그렇듯, 정상 주행 상태가 아니라는 정보를 다른 운전자들에게 전달하기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운전을 하다 보면 비상 상황을 알리기보다 감사의 표시로 양쪽 깜빡이를 쓸 때가 많다. 그러니 비상등보다는 매너등으로 부르면 어떨까. 자동차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미래의 후손들은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켠다’는 표현을 이해 못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깜빡이만 매너 있게 사용해도 도로 위의 살벌함은 훨씬 덜할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