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추장/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고추장/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10-01 00:00
업데이트 2013-10-0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입맛 없을 때, 외국여행 중 더 이상 현지 음식을 견딜 수 없을 때 ‘무적의 식재료’가 있다. 고추장이다. 순한국 토종 입맛을 가진 터라 해외 출장 때면 간혹 고추장 튜브를 갖고 갔다. 최근 주영하 한국중앙학연구원 교수의 연구를 보니, 조선의 왕 영조는 입맛 없을 때 보리밥에 고추장을 쓱쓱 비벼 먹었다고 한다. 영조의 유별난 고추장 사랑은 승정원일기에도 기록돼 있다. 1749년 56세의 영조가 “요사이 고초장을 자주 먹는다”고 한 말이 나오고, 65세가 되어서는 “가을보리밥과 고초장, 그리고 즙저(외장아찌)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고 한 말도 나온다. 75세의 영조는 “송이, 생전복, 어린 꿩고기, 고초장이 4가지 별미”라고 했다.

고추는 임진왜란(1592) 전후에 한반도에 유입되었고, 고추장으로 만든 시점은 늦어도 18세기 초로 추정된다. 숙종의 어의 이시필(1657~1724)이 쓴 ‘소문사설’에 순창고초장조법이 나온다니 말이다. 점심으로 먹은 비빔밥에 뜻밖에 간장소스가 나왔다. 300여 년쯤 된 고추장 소스는 전통한식이나 궁중식이 아니라고 오해한 탓일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10-01 30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