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똥게/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말똥게/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입력 2016-07-25 21:04
수정 2016-07-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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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둑길 위로 게들이 여기저기 기어 다닌다. 마음 놓고 놀다가 인기척이 나자 황급히 길섶으로 숨어 버린다. 공릉천 습지는 말똥게의 천국이다. 개펄이 잘 발달돼 있고 갈대가 무성한 데다 선버들 군락까지 퍼져 있는 탓이다. 참게와 달리 말똥게는 식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비롯해 왜가리 등 백로류와 너구리가 즐기는 먹잇감이다.

놈을 손으로 집어 자세히 보니 갑각의 가로는 4㎝, 집게다리도 그 정도이다. 몸은 녹색을 띤 짙은 갈색인데 유독 집게는 베이지색이다. 다리에는 털이 많이 나 있다. 학자들이 게를 분류하면서 하필이면 ‘말똥’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먹을 수가 없으니 그렇게 붙였나 보다.

‘선버들과 말똥게’의 공생 관계를 연구한 생태학자의 논문을 보니, 선버들 뿌리 사이에 말똥게들이 구덩이를 파 집을 짓고 살아 선버들 뿌리에 산소를 잘 공급해 생육을 촉진하고, 어린 말똥게는 선버들의 여린 잎을 주로 먹는 것으로 돼 있다. 그 둘은 한강하구의 장항습지, 산남습지, 공릉천 하구를 따라 공생을 하며 그들의 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07-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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