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길들이기? 길들기!/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길들이기? 길들기!/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9-12-29 21:22
수정 2019-12-30 01: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오랜 시간 발이 돼준 고마운 그 녀석을 떠나보내던 날 하늘마저도 잔뜩 찌푸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자갈길이든, 진흙길이든, 빗길이든, 눈길이든, 싫은 내색 없이 흔쾌히 나서서 인도해 준 녀석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남은 것은 세간의 눈총이거늘. 작별을 고할 때는 첫 만남 후 한참 동안 길들이기할 때의 밀당이 생각나 눈물까지 날 뻔했다.

만남은 이별을 예정하고, 헤어진 뒤에는 또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법. 그 녀석을 떠나보낸 이틀 후 새롭게 발이 될 친구를 맞아들였다. 번쩍번쩍 빛나는 외양은 흡사 한 마리 흑표범 같다. 어떠한 험한 길도 가뿐하게 인도해 줄 것만 같다. 이제 또다시 길들이기 시간이다. 이 친구와의 인연은 또 얼마나 깊고 길게 이어질까.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가끔은 길들이는 게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그 편이 정신건강상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 생명 없는 무기물들의 집합체라고 마냥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버럭 하며 앙탈을 부리니 하는 말이다. 처음엔 꽉 끼여 발을 딛기조차 힘들었던 새 구두도 뒤꿈치 상흔이 아물어 갈 때쯤이면 안성맞춤으로 바뀌지 않는가. 새 차와의 인연, 나는 길들여지고 있다.

2019-12-30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