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온라인 조문/이지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온라인 조문/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입력 2020-05-12 17:30
수정 2020-05-1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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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략 감이 온다. 유난히 컴퓨터 모니터 한구석이 쉼 없이 깜빡일 때, 휴대전화 화면이 반짝거리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때, 단체대화방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한가득이다. 술자리에서 주제가 됐다. 이어지는 ‘온라인 조문(弔問)’에 관한 심리 분석. 우선, “일부는 ‘현장 조문이 어려우니 혜량해 달라’는 뜻을 완곡히 표시한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 이에 제기되는 합리적 의문, “그럼 부조는 보냈을까?” 설왕설래 끝 결론-“현장 조문도 하지 않고, 부조도 보내지 않아 결국 온라인 조문만 한 누군가는 분명히 존재할 것.” ‘온라인으로만 조문’의 비율도 논의됐으나, 상주(喪主)에게 확인해 보지 않은 다음에야 알 수 없는 일. 꼼꼼한 상주가 있어 일일이 대조해 봤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상가나 결혼식 현장을 놓치고, 부조도 당일 전달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뒤늦게 봉투를 전달하곤 하는데, 그런 일이 잦아진다. 가끔은 이 ‘지각 부조’마저 한참을 놓친 게 문득 떠올라 난감하기도 하다. ‘부고’가 뜰 때마다 “혹시 모르니, 온라인 조문은 금지”를 다짐한다.

얼마 전 부고 아래로 “온라인 조문을 생략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무도 먼저 꺼내지 못한 용기있는 말, 비슷한 생각들을 한 걸까.

2020-05-13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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