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물과 영혼/김상연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물과 영혼/김상연 논설위원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1-10-19 17:10
수정 2021-10-2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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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물건에 싫증이 나면 이상하게도 그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작가 김영하도 그런 경험을 책에 쓴 적이 있다. 주인의 마음이 떠난 걸 물건이 눈치를 채서 스스로 사라져 준 것일까.

냉장고에 고이 모셔 둔 음식을 오랜만에 먹으려고 꺼냈다가 곰팡이가 슬어 있는 걸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반면 자주 꺼내 먹는 반찬은 신선도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냉장고를 들락날락하면 더 상하기 쉬울 것 같은데 반대다. 건물도 오랫동안 드나들지 않으면 노후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 더 빨리 망가질 것 같은데 반대다.

그렇게 보면 생물뿐 아니라 사물에도 어떤 에너지나 정령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무생물이라고 함부로 다루면 안 될 것도 같다. 물건을 구할 때도 버릴 때도 생명을 대하듯 해야 하는 걸까. 한편으론 무생물도 이럴진대 살아 숨쉬는 생물은 어떻겠는가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동물과 식물한테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서로를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누군가 자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사물보다 몇백배는 더 잘 알아차릴 테니까.



2021-10-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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