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능과 지식이 아닌 지성을 추구해야/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지능과 지식이 아닌 지성을 추구해야/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입력 2010-06-12 00:00
업데이트 2010-06-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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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대학이란 우리들에게 극단적 현실형이자, 이상형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이 치러야 할 희생은 경쟁으로 얼룩진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현실형이다. 반면 선택된 젊은이들이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젊음을 불태운다는 측면에서 대학은 또한 이상형이다. 그런데 대학의 이상형은 점점 축소되고, 빠른 속도로 그 공백이 현실형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대학에서 자유와 낭만, 그리고 순수와 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순수학문의 위기, 나아가 인문 인프라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순수학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응용학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 대학에선 응용학문의 효율성이 순수학문의 정통성을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은 ‘지성(intellectual)’의 추구가 아니고 ‘지능(intelligence)’과 ‘지식(knowledge)’을 숭배하는 곳으로 변질된 지 이미 오래이다. 단적인 예가 대학의 고시학원화이다. 고시공부야말로 우리의 지성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다. 지성의 전제 조건은 자유로운 생각, 그리고 창조적 발상인데 고시공부는 정해진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암기하는 공부로서 지성의 작동 원리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루딘스타인 하버드대학 총장은 “대학에서 최선의 교육이란 직업적으로 생산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보다 사려 깊고, 보다 탐구적이고, 보다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학은 학생의 전공을 집중적으로 공부시키는 것 외에도 도덕철학 및 윤리학, 수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에서 문학에 이르기까지, 역사학에서 외국문학에 이르기까지 순수학문에 대한 폭넓은 지적탐구를 허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교육부는 순수학문을 죽이는 데 큰 몫을 담당한다. 교육부의 강요로 인해 각 대학이 학부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했지만 현실적 요인을 무시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순수학문이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대학 입학 후로 미루어서 보다 신중한 전공 선택과 다양한 전공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지만 이러한 교육당국의 배려와는 아랑곳없이 학생들은 소위 인기학과에만 몰리고 있다. 그런데 인기학과의 상당수는 응용학문 분야이다.

따라서 순수학문을 공부하고 싶어도 단지 비인기학과라는 이유 때문에 응용학문으로 전공을 바꾸는 학생까지 생겨난다. 결국 학부제 실시는 응용학문의 부익부, 순수학문의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대학의 효율성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런 효율성에 대한 집착은 대학경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대학이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논리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대학 본연의 원칙을 포기한 경영논리의 도입, 즉 지성이 배제된 기술이나 기법의 도입은 효율성의 어설픈 추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학을 영어로 표현하면 유니버시티(university)이다. 유니버시티의 어원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에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대학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다양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갈등과 분열도 다른 어떤 집단에 비해서 많을 수 있고, 그 정도도 깊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갈등과 분열은 지금 대학이 개혁과 발전의 시기로 삼고 있는 현재에 있어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고도의 경영능력이고, 그 능력은 지식과 지능이 아니라 지성에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지성에 의해 지배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 인문인프라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고, 이것이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는 현명한 해결책이다. 미국 ‘밀레니엄 위원회’는 문화의 개념을 예술과 인문과학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개될 문화의 세기에 합당한 경영논리는 응용과학의 경영학적 경영논리가 아니라 인문 인프라가 보태진 경영논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0-06-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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