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국민은 알고 싶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국민은 알고 싶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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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행사하고 돈을 쓰는 조직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곰팡이처럼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곰팡이가 피는 것이 자연현상이듯 부정·부패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인간현상이다. 곰팡이를 없애려고 농약을 뿌리면 곰팡이와 유익한 균들이 함께 죽는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부정과 부패를 뿌리째 뽑는다면서 일벌백계의 추상(秋霜) 같은 경영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구성원들이 경직되어 창의성이 떨어지고, 수단이 목적으로 둔갑되어 효율도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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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독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나쁜 곰팡이를 없애야 한다. 간단한 방법이 바로 일광소독이다. 마찬가지로 일벌백계로 경계하지 않고도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인간조직에서의 정보 공개는 자연계에서의 햇볕과도 같은 것이다. 1976년에 제정된 미국의 일광법(Sunshine Act)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정보공개법이다. 그런데 정보 공개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1996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보 공개 실태가 한심한 것은 왜일까?

1991년 청주시의회가 정보공개조례를 통과시키자 당시의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는 위법하다며 재의결을 지시했고, 의회가 재의결하자, 또 다시 위법성을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기각 결정에 따라 청주시의 정보공개조례가 효력을 발휘한 후, 2년여 만에 18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게 되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거의 다 하는 정보 공개를 국가만 하지 않을 수 없어 정부도 정보공개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공개법이 오히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조항으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다. 정보비공개법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은 적용제외규정과 함께 원천적으로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공무원 때문이다.

우리 공무원들은 정보 공개를 문서 공개로 규정해 문서가 없으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공무원들은 자료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료가 있어도 없다고 하면서 공문서(空文書)를 만드는 공무원도 많고, 자료를 만들려 하지 않는 공무원도 많다. 그러나 정보 공개는 문서 공개가 아니다. 문서 공개는 정보 공개의 일단(一端)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행정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알려줄 책임이 있다. 국민으로서 비판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정보는 적극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있어야 할 정보가 없다면 그 책임도 져야 한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내부 기준을 정착시킨다. 이러한 기준은 공무원의 입장과 편의성에서 업무처리의 ‘룰’로 정착시킨 것이다. 문제는 기관의 공식적인 목표보다 이러한 내부적 기준이 더 중시되는 경향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내부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목표가 된다. 공무원들은 조직의 본질적 과제보다 내부 목표를 더 중시하게 되고, 내부 목표는 조직의 본질적 목표 설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내부 목표는 이제 국익처럼 중시되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오직 정보 공개만이 이러한 내부의 ‘룰 을 깨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 공개가 중요한 것은 행정의 비밀주의에 의해 싹트는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국민의 정책비판을 확대하려는 소극적 필요성 때문만이 아니다. 정보 독점은 권력의 독점이며, 정보 없이는 참여도 없다. 국정에 국민이 참여하고 협조하게 하려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적인 정부에는 설명의 책임이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일에 왜 열심이었는지를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의 기본이며, 정보 공개는 그러한 노력의 한 끝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정보 공개는 물론이고, 나아가 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꿈 같은 소리가 아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선진 행정의 모습은 바로 그런 것이다.
2011-05-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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