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아빠가 된다는 것과 뇌발달/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

[열린세상] 아빠가 된다는 것과 뇌발달/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

입력 2011-05-11 00:00
수정 2011-05-1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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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가정의 달이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다. 사실 결혼은 좋고 행복한 사건이지만 한편으론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부담이 큰 일이기도 하다.

출산 또한 그렇다.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경이롭고 기쁜 일이지만 출산에 대해 남자로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여자 못지않게 상당히 크다.

출산 시 예비 아빠들은 불안함, 무력함, 준비되지 않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아내의 출산에 같이 참여하고 싶은 동시에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동창회나 친구들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할 것이고 지금까지 즐겨왔던 자유시간이 제한될 것이라는 답답함, 그리고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아버지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시간 안배이다. 밤새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기와 놀아주는 새로운 의무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결국 아기가 생김으로써 아버지들은 가족과 일 간에 서로 대립되는 요구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러 활동 가운데 우선순위를 매기고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일과 가정 간에 균형을 맞추는 것은 삶의 행복감과 연결된다. 일과 가정 간에 밸런스를 못 맞추게 되면 삶의 질과 웰빙 수준이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정신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병행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 심리적인 불안감과 걱정을 생각한다면 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 자체는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런 힘든 일 속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큰 보상이 따른다.

뇌연구자인 캘리 램버트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 한 남자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 줄 뿐 아니라 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쥐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총각 쥐보다 아빠 쥐가 미로 안에서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더 잘 찾았고, 익숙지 않은 물체가 놓인 새로운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덜 보였다는 것을 관찰했다. 게다가 아빠 쥐는 총각 쥐보다 새로운 자극을 더 탐색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와 같은 행동들에 의해 뇌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른 새끼 쥐를 플라스틱 컵 안에 가두고서 총각 쥐와 아빠 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자기 새끼가 아님에도 아빠 쥐는 총각 쥐보다 훨씬 더 끈질기게 새끼 쥐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행동을 보였다. 새끼 쥐를 구해내려는 문제 해결행동이 적극적인 만큼, 아빠 쥐의 뇌에서는 문제 해결 부위가 더 활성화되었다.

글로리아 마크의 최근 연구에서 새끼가 태어난 직후 수컷 쥐의 뇌에서 신경생성(neurogenesis)이 관찰되었다. 새끼 쥐가 태어난 직후 아빠 쥐와 분리가 되었을 때는 아빠 쥐의 뇌에서는 아무것도 발생되지 않았는데, 새끼와 함께 지내게 되면 아빠 쥐의 뇌세포가 훨씬 증가되었다.

아빠 쥐가 새끼 쥐와 신체접촉을 함으로써 환경과 경험의 영향에 따라 신경세포 간 연결이 재조직되어 뇌가 변화되는 속성인 신경가소성이 촉발된 것이다.

이때 일부 신경세포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서 형성되었는데, 이렇게 형성된 신경세포는 새끼의 냄새를 기억하게 한다.

아빠 쥐와 새끼 쥐가 신체 접촉을 한 후 오랫동안 서로 분리시켜 놓아도 아빠 쥐는 새끼 쥐를 냄새로 쉽게 인식하였다. 즉, 기억을 오래 지속시켜 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 것이다.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해 간다. 신경세포는 일생에 걸쳐 뇌의 신경망을 재구성한다. 물론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긴 하지만 이렇게 아빠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뇌를 계속 발달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것이든 얻은 게 있으면 잃은 게 있기 마련이다.

아빠가 된다는 것, 아이가 주는 그 기쁨과 나의 뇌가 발달되는 이득을 생각하면 절대 나쁜 거래는 아닌 것 같다.
2011-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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