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관치 금융 청산, 제재권 남용 방지에서 찾아야/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관치 금융 청산, 제재권 남용 방지에서 찾아야/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3-09-10 00:00
업데이트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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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말이 ‘관치(官治) 금융’이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영향력이 큰 금융 산업을 말한다. 과거 정부가 경제 개발을 주도하면서 금융 산업 분야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관(官)의 영향력이 많이 사라졌으나 금융산업 분야에서는 아직도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강한 규제 산업이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관치를 넘어 ‘정치(政治) 금융’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장 선임에 있어서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대표적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정부 관료 출신이 선임되면서 관치 금융 논란이 다시 일어났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상임 감사위원 자리에는 금융감독 당국 출신이 차지하였다. 이제는 감사원 출신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에 ‘코드 인사’가 이루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일어난 적이 있다. 전문가를 선임해야 할 민간 금융기관의 인사가 관치와 정치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금융감독 당국 고위 임원의 BS금융지주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관치금융이 작동되는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이 갖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권과 제재권이다. 이것은 마치 검찰 권력이 수사권과 기소권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검사권과 제재권은 남용되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법체계는 이러한 남용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 대표적으로 금융기관과 그 임직원에 대한 제재 사유를 들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정한 감독규정(規程)인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는 제재 사유의 하나로서 ‘부당·불건전한 영업 행위나 업무 처리를 한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어떤 업무 처리가 부당·불건전한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애매하다. 감독당국이 부당·불건전하다고 판단하면 금융기관이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명백히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 제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이런 추상적인 규정을 이용해서 감독당국이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으로서는 이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금융기관으로서는 감독당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바로 관치금융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제재 절차에 관한 사항은 법이 아닌 감독규정에 마련되어 있다. 감독당국이 스스로 만든 내부 감독규정에 넣어 놓았으니 가능하면 제재 절차를 감독당국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을 것은 당연하다. 현행 제재 절차는 제재 대상자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청문 절차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의 신청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제재 처분을 한 감독당국에 이의 신청을 하니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권 남용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를 고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국회의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제재 사유를 명확하게 하고 제재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감독당국의 감독권 행사에 있어서 재량권 남용을 막을 수 있다. 관치 금융을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지난 8월 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이 주최한 관치 금융 방지 토론회가 있었다. 바로 제재권 남용을 관치 금융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검사 및 제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타당하다.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권 남용에 대한 통제가 관치 금융을 청산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법률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관치금융 청산 없이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2013-09-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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