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병영사고 해결, 조직적 관점이 필요하다/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평택대 남북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병영사고 해결, 조직적 관점이 필요하다/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평택대 남북문제연구소장

입력 2014-09-06 00:00
업데이트 201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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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평택대 남북문제연구소장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평택대 남북문제연구소장
윤 일병 폭행치사 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불안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 6월 발생한 22사단 총기사고의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이다.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병영 폭행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군에서 여러 가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군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면, 병영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군에서 제시하는 대책들은 기본적으로 ‘문제병사’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병사가 군생활 부적응자든 폭행사병이든 문제적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병사를 찾아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일이다. 방법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병역 신체검사 과정에서부터 신병훈련소, 자대복무 과정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개인별 특성에 맞는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부모가 이혼했다고 문제아로 간주하는 식의 우스운 일도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적 차원의 탐색으로 병영사고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고는 기본적으로 인간들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선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도 있고 악랄한 베니스의 상인이 될 수도 있다. 윤 일병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폭행에 가담한 병사들이 다 문제적 개인들은 아니다. 이들이 야만적 폭행에 가담한 것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조직적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도 ‘폭력의 공범자’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병사는 없고 단지 문제조직, 혹은 문제부대가 있을 따름이다. 조직의 아이러니는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조직은 문제적 개인을 적절히 관리하고 조직 목적에 기여하게 만든다. 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집단은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해서 부대원들 간의 인간적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조직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리더십’과 ‘소통’(communication)을 꼽고 있다. 리더는 조직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집단의 대부분은 불량 리더를 갖고 있다. 그런 리더들은 조직 구성원들의 관계에 무관심하다. 소통하려 하지 않고 지시하기만 한다. 자유로운 소통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사실 훌륭한 리더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다. 리더십의 결정적 요소는 바로 소통 능력이기 때문이다.

병영문화의 문제를 병사 개인에서 부대조직으로 관점을 옮길 경우, 우리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초급지휘관의 리더십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책임감이 넘치고 소통 능력이 뛰어난 리더 없이 조직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 점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젊은이가 지원할 수 있도록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병사들의 월급을 1만원 올려주는 것보다 초급 지휘관들의 월급을 100만원 더 올려주는 것이 병사를 위해서나 군을 위해서나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자기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복종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불합리한 것은 없다.

다른 하나는 문제조직을 탐색해내는 일이다. 모든 문제병사가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문제조직과 문제병사가 만날 때 사고는 발생한다. 이 불행한 만남을 피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영폭력이 군 전체의 문화라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매우 특별한 집단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조직을 찾아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각급 병영조직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를 상황별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병에 좋은 약이 없듯이, 범용 조치에 만족할 수 없다. 조직별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2014-09-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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