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방 파키스탄 ‘이중생활’

美 우방 파키스탄 ‘이중생활’

입력 2011-05-04 00:00
수정 2011-05-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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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로 활용된 파키스탄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테러전 참여를 명분으로 미국의 군사지원금을 해마다 10억 달러 이상씩 받아왔지만, 뒤로는 빈라덴과 무장세력을 꾸준히 비호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를 즉각 부인한 파키스탄 정부는 빈라덴이 퇴역 장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보타바드 지역에 어떻게 방해받지 않고 거주할 수 있었는지 자체 내부조사에 나섰다고 AF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정부나 군사정보국 내에 빈라덴을 지원한 사람이 있는지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브레넌 보좌관은 같은날 NBC와의 개별 인터뷰에서도 “분명히 (파키스탄 내에) 빈라덴과 그의 조직원들 사이의 접촉을 돕고 도움을 준 지원체계가 있다.”면서 파키스탄의 테러세력 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례적으로 공개 비난했다. 이어 “현재 파키스탄 정부 내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리는 파키스탄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파키스탄과의 대테러 협력은 공고히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에는 파키스탄 보안군이 빈라덴을 보호해 왔으며, 이 같은 사실을 미국 정부도 알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로부터 입수한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를 인용, “파키스탄 보안군이 지난 10년간 빈라덴이 미군의 추격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보도했다. 빈라덴을 추격하던 미군이 번번이 허탕을 친 주요 원인은 미군이 포위망을 좁혀올 때마다 파키스탄 보안군이 빈라덴에게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밀문서에는 또 파키스탄 군사정보국이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체포되지 않도록 공항을 통해 파키스탄으로 몰래 입국시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빈라덴 사살 작전에서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을 배제한 점은 이 같은 비밀문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궁지에 몰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자신의 부인인 고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빈라덴에 의해 희생됐다며 보호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내게 빈라덴에 대한 정의 실현은 정치적인 것뿐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우리의 위대한 리더이자 내 아이들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민당 총재였던 부토 전 총리는 총선을 2주 앞둔 2007년 12월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빈라덴의 사망이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에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11-05-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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