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美 요청 거부… 탈레반 수뇌부 검거엔 협조키로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이후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파키스탄이 이번에는 빈라덴 부인의 조사 문제를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오사마 빈라덴의 부인 아말 알사다
파키스탄 측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빈라덴 은신처에서 신병을 확보한 12명의 출신국 정부가 모두 동의하기 전까지는 미 당국이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원칙은 이미 2003년부터 일반적으로 적용해 온 절차라는 것이 파키스탄 정보 당국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으로부터 “테러 지도자를 조직적으로 비호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난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고의적으로 몽니를 부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파키스탄 측은 미국이 빈라덴의 가족과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 정보국(ISI) 등이 알카에다 세력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 수뇌부 검거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을 향해 화해의 손짓도 보내고 있다. 파키스탄 일간 ‘더뉴스’는 자국 정부가 빈라덴 사후 알카에다 1인자로 떠오른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검거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파크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또 “우리 정보기관이 빈라덴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향후 빈라덴 사살 작전 같은 습격이 다시 일어난다면 미국과의 정보 및 군사 협력을 재고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파키스탄 보안부는 파키스탄 정보국의 비밀 안가라는 의혹이 일었던 빈라덴 은신 저택의 계약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TV인 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이 방송은 계약자가 언제, 어디서 체포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계약자의 신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전하지 않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5-06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