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이후] 분노하는 아랍권

[빈라덴 사살이후] 분노하는 아랍권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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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오사마 빈라덴을 비무장 상태에서, 그것도 어린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랍권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또 빈라덴이 최후를 맞은 파키스탄의 고급 빌라는 테러리스트들의 성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살 직후만 해도 이슬람을 테러리즘과 동일하게 인식하도록 만든 장본인의 죽음을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사살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동정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미 언론들에는 4일(현지시간) 작전을 완수하고 귀국한 미 특수부대 요원들의 보고를 토대로 사살 당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사살 작전 당시 빈라덴 측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상황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특수요원들의 진입과 동시에 빈라덴의 최측근인 연락책 아부 아메드 알쿠웨이티가 총격을 가하며 저항했지만 곧바로 제압당했다.

이후 총격전이나 저항 없이 알쿠웨이티의 동생과 빈라덴의 아들 등이 총에 맞아 숨졌다. 3층 방에 있던 빈라덴 옆에는 AK47과 마카로프 소총이 놓여 있었고, 빈라덴은 발견 즉시 특수요원들의 총에 맞아 즉사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뒤늦은 상황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랍권의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연일 미국의 사살 작전을 규탄하는 반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에서 반미 무장투쟁에 참여했던 아부 알아베드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사살할 수 있느냐.”며 “이번 일로 빈라덴을 동정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빈라덴이 숨어 지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254호’ 주택 주변에는 그를 추모하는 무슬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이 건물 주변에는 저녁 때마다 마치 지역 축제가 열린 듯한 분위기가 감지됐고 음료 등을 파는 판매상도 생겼다. 11개월 된 딸과 이곳을 찾은 아흐메드(24)는 “역사의 한 순간을 보기 위해 왔다.”면서 “빈라덴은 이슬람 세계를 위해 싸운 무슬림 영웅이다. 시간이 지나면 일본인, 미국인 등 모든 나라의 관광객이 이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빈라덴 시신에 대한 미군의 처리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사망 후 24시간 내에 매장하는 이슬람 관례를 존중, 빈라덴의 시신을 아라비아해로 옮겨 신속히 수장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슬람 학자들은 수장은 무슬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2011-05-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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